'차이잉원의 압승' 중국 불황에 미TPP로 갈아타려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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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대만 총통 선거 결과로 인해 중국과 미국 간의 경제적 경쟁 구도가 변화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이 대만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야당 후보인 차이잉원 후보의 압도적 당선으로 이어졌다. 차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조속히 가입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에만 의지하다가는 어찌될지 모르니 미국의 TPP로 갈아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후진타오 집권기인 2000년대 초반부터 대만에 대한 경제적 접근 전략을 취했다. 경제적으로 밀착되면 결국 정치적으로도 '하나의 중국'으로 가게 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2008년 마잉주 총통 집권 이후 본격화됐다. 양자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23개 협약이 체결되고, 중국 자본과 관광객들이 대만으로 밀려들면서 본토인들이 뿌린 현금이 대만에 넘쳐났다. 양자간 경제교류의 성장은 눈부셨다. 2014년 양자간 교역규모는 1983억 달러로 2002년의 3배에 달했다. 결과는 중국이 원하는 대로였다. 대만은 현재 국내총생산(GDP)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대만의 경제가 사실상 중국 경제에 종속된 것이다.
하지만 대만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급증한 반면 수출은 2010년 이래 제자리 걸음이다. 대만 부동산 시장에 중국 자본이 밀려들어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대만 서민들은 주택난에 시달렸다. HTC, 폭스콘 등 대만의 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대만의 산업은 공동화되고, 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2013년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2000년의 5배에 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대만을 깊게 품에 안으면서 대만이 질식하고 있다"며 "중국은 대만에 경제적 선물을 쏟아부으면 대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밀접해진 경제관계는 (되레)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자간 경제적 밀월에 대한 의구심은 중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더욱 짙어졌다. 한때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대만의 GDP는 현재 한국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대만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0.63%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원인이었다. 대만 경제는 올해도 회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CNBC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이같은 경제 상황에 대한 대만 국민의 불만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에 종속된 상태에 대한 대만 내 분노가 팽배해 있으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해 결국에는 대만에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