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세계경제 복귀에 국제사회 '우려반 기대반'
>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에 국제사회는 '기대반 우려반'의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구 8000만명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동시에 저유가로 시달리는 원유시장에 세계 4위의 산유대국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이란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세계 기업들의 행보에서 뚜렷하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 유럽 기업들은 이란 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은 최근 제조업과 인프라 건설 부문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국영 철도회사가 이란의 철도 전기화를 추진하고,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 등도 이란과 계약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토탈과 이탈리아의 ENI 등이 이란 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독일의 지멘스도 철도 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기초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유럽은 항공기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포츈은 이란 경제제재 해제의 최대 수혜자를 유럽의 항공기·자동차 기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에 앞서 유럽의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114대를 구입하기로 발표, 유럽 기업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은 상태다. 자동차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제재 기간 이란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에 자동차부품을 의존해 왔다. 하지만 중국산 부품의 낮은 품질로 인해 이란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업들이 진출할 경우 중국에서 유럽으로 시장이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높은 품질의 유럽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현재 100만대 규모인 이란 시장은 150만∼2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다. 매우 유망한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르노는 이란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이란의 복귀에 반색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이란이 원유시장에 원유를 쏟아낼 경우 유가가 어디까지 하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CNN머니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의 원유생산능력을 하루 60만~100만 배럴 사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올해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겠다고 장담한 상태다. 그동안 잃어버린 원유시장 점유율을 하루빨리 되찾겠다는 의도다. 이란은 2012년 제재 이전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최근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가 예고되면서 국제유가의 기준인 북해 브렌트유와 미국유가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중질유가 모두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원유 수출에 나서면 낙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가세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나틱시스의 아비쉑 데쉬판드 연구원은 CNBC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란 제재 해제만으로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저점이 10달러로 내다보는 것도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