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위험한 도박'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종목 주식을 여러 차례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딩(초단타 매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행사하는 공매도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했다.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와 유가 하락 등 불안심리가 고조되자 하락장에 베팅하는 외국인 중심(전체의 90% 차지)의 공매도 세력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개인 초단타매매 급증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데이트레이딩 거래량은 1194억주에 달했다. 이는 전년(597억주)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거래대금 역시 658조원으로, 1년 전 331조원의 배에 가깝다.
거래량 기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014년 38.53%에서 지난해 45.43%로 확대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거래량 기준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012년 48.58% 이후 최고치"라며 "거래 자체도 늘어났고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거래 편의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트레이딩의 투자자별로 비중은 개미(개인투자자)가 압도적이다. 개인 비중은 97.02%(1158억주)로 외국인(2.35%)과 기관(0.22%)보다 훨씬 높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한 지난해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9.9%로 1년 전보다 7.19%포인트 높아졌다.
시장별로 코스닥시장에서 전체 거래량 중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46.71%로 유가증권시장의 43.73%보다 높다. 두 시장 모두 소형주일수록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주식거래 편리성이 높아진 데다 증권업계 구조조정 이후 증권사를 떠나 전업 투자자로 나선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초단타매매는 지속적인 성공 개연성이 낮아 손실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하락에 베팅…공매도도 늘어
주가가 하락할 때 증가하는 공매도 규모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도달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을 구해 돌려 주는 것이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시세차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상승할 경우 공매도한 투자자가 손해를 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전체 공매도 금액은 4조2882억원에 달한다.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5.22%까지 상승했다. 이는 거래소가 공매도 현황 집계를 시작한 2008년 6월 이후 두번 째로 높은 비중이다. 공매도 비중은 지난해 8월 5.42%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거래량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달 들어 1.61%까지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8월 기록한 1.79%에 육박하는 수치다.
공매도가 늘어난 시기에 대차 거래 잔고도 증가했다.
블루칩(대형 우량주)이 최근 들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은 외국인을 주축으로 한 공매도로 수급이 꼬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공매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환율 상승과 출구전략 등을 빌미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 주식 수는 21억2435만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대차거래 잔고도 지난해말 42조원 대에서 50~51조원대로 증가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기관투자자 등이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때 아직 상환되지 않은 주식이 대차거래 잔고로 기록된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공매도할 주식을 대차거래로 얻는다.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빌린 주식을 다시 사들여 주인에게 돌려준다.
최근 공매도 증가에 대해 일부에선 기술적 반등 시점이 다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코스피 공매도 수량과 금액이 금융위기 최고수준(2008년 8월 초 각각 7.2%, 7.6%)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수급주체들의 매도 압력이 정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며 숏커버링(공매도 후 실매수) 유입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