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투자자들이 '멘붕'(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뜻의 속어) 상태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7000선으로 주저 앉으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중 상당수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이 때를 놓치기 아쉬운 듯 HSCEI 기초자산 ELS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H지수 7천선 무너지면 무더기 손실
중국증시 급락은 ELS투자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H지수가 8000선 이하로 추락하면 220개(6780억원), 7500선 이하면 383개(1조6754억원) 규모의 ELS가 원금 손실 구간(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집입한다.
홍콩 H지수가 7000선까지 떨어져 ELS가 무더기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다면 10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공모형 기준 H지수 ELS 278건(발행금액 기준 3506억원)이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예상 평가손실액은 1928억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지난해에만 46조3364억원(전년대비 13%증가)어치 발행되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지난해 중순 이미 중국 증시 쇼크(충격)를 한 차례 겪고 당국의 H지수 기초자산의 ELS 발행 규제에도 시중자금이 대거 중국으로 쏠려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ELS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수십조 원이나 몰릴 만큼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금비보장형 ELS는 보통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10∼20%대의 수익을 얻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기초자산의 주가 하락폭만큼 원금 손실이 난다. 일정 범위만 벗어나면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악마의 상품'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4월 1만4000을 돌파한 H지수는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최근 850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녹인 물량이 집중된 지수대는 6000∼6500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H지수가 8000~8500일 경우 원금손실 구간에 추가로 진입하는 ELS 규모는 6780억원, 7500~8000의 경우 1조6852억원, 7000~7500의 경우 2조2775억원, 6500~7000의 경우 3조6268억원으로 추산했다.
◆지금이 투자적기? 증권사 H지수 ELS발행 잇따라
증권사들은 앞다퉈 H지수 기초자산 ELS 발행에 동참하고 있다. H지수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판단에서다. 저마다 전략은 다르다.
이날 키움증권은 HSCEI지수와 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공모에 났다. 한국투자증권 오는 21일까지 HSI(홍콩항셍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UE ELS 6849회 스텝다운형'을 모집한다.
증권사들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대우증권이 최근 판매한 '제15204회 HSCEI-Eurostoxx50-S&P500 하향계단식 조기상환형 ELS'는 하방녹인배리어를 37%로 설정했다.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진입구간을 대폭 낮춘 것이다.
녹인을 없앤 상품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ELS 5969회'는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럽지수(EuroSTOXX50)를 기초자산으로 연 7.00%를 추구한다. 녹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