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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애플은 그동안 인도내 프리미엄폰 수요 부족과 인도 당국의 규제로 인해 인도시장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애플의 버팀목이라 여겼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에 밀리자 마지막 남은 거대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중국에 밀리자 한발 앞서 인도 시장을 공략 중인 삼성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1일 인도의 더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인도 산업부(DIPP)에 애플 매장 개설을 신청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제품 판매도 함께 신청했다. 인도 산업부는 더이코노믹타임스에 애플의 신청 사실을 확인하며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인도 산업부는 애플의 신청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애플 간에 모종의 물밑 협상이 있었던 정황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인도는 과거 외국 자본 유치 시절 만든 외국자본에 대한 '소매업 제한' 규제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11월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디 총리가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뒤의 일이라며 애플과 모디 총리 사이에 규제 완화를 위한 대화가 오고갔을 것으로 봤다.
인도의 '소매업 제한' 규정은 소매점에서 외국기업의 단일 브랜드가 51% 이상일 때는 전체의 30%를 인도 내에서 조달하도록 강제한다. 애플과 같은 외국기업이 자체 매장을 세울 때 적용된다. 인도 정부는 이번 완화조치를 통해 첨단기업의 경우에는 이 조항 적용을 유보하기로 했다. 사실상 애플을 위한 조치다.
애플의 인도내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 정도다. 시장 점유율은 2%에 못 미친다. 인도 시장이 스마트폰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아직 구형 휴대폰과 스마트폰이 혼재하는 과도기에 있다. 현재 삼성이 인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도 프리미엄폰이 아닌 저가폰 덕분이다. 지난해 중저가폰인 갤럭시J 시리즈 출시로 삼성은 11월에 시장 점유율을 22%까지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 휴대폰 시장은 전환기에 있다. 급격히 스마트폰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1억1800만대의 스마트폰이 팔렸다. 내년에는 1억7400만대로 늘어나며 세계 제2의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애플은 그동안 현지 소매업체를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인도시장 공략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포브스는 "애플은 지난 2년간 인도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며 "재판매, 할부판매, 구형폰 할인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쉽게 하고 시장을 확대해 왔다"고 전했다.
애플이 몇개의 매장을 인도에 열고, 어느 정도의 투자에 나설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애플이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애플의 시도는 단순한 매장 개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기지 확보 등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 매출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로서는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거대시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컨설팅업체인 테크노팩의 아빈드 싱할은 포브스에 "애플이 매장을 개설하겠다는 것은 인도 투자에 진지하다는 의미다. 몇년내에 (인도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개발과 함께 인도 현지 생산시설도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때에도 대만의 폭스콘이 중국 현지에 세운 생산기지를 통해 애플 제품을 생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성장이 둔화되자 애플은 인도시장 진출을 위해 크게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움직임의 밑에는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시장 확보 의도가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의 독무대다. 삼성은 지난해 구형 휴대폰보다 높은 점유율(8월 기준 41.6%)을 기록했다. 애플이 인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중국에서처럼 삼성과 애플 간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