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지구촌의 경제 위기가 중국에서 시작해 서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발 위기가 동진했던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 중앙은행들이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여러 보완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위기가 도미노처럼 전파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중국발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불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런던, 뉴욕, 상하이, 프랑크푸르트 모두 주가가 폭락하고 유가 폭락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불황으로 향하고 있고 전세계가 이로 인해 주저앉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라며 "운명의 날(제2의 금융위기)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해 들어 계속되는 중국발 위기가 제2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론은 당분간은 가설에 머물겠지만 불황 여건이 확인된다면 전세계적인 위기는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중국 홍콩에서 시작된 증시 충격은 해가 뜨는 순서대로 전세계로 퍼져갔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는 7년만에 장중 8000선이 무너졌다가 간신히 8015.44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4.33% 폭락했다. 이웃한 일본의 도쿄증시도 폭락해 닛케이225지수는 3.71%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피 역시 2.35% 내려갔다.
충격은 유럽으로 전파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30지수는 2.82%,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는 3.45% 급락했다. 바다 건너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3.46% 급락했다.
충격파는 이어 대서양을 건넜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지수 역시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1.56%,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 1.17%, 나스닥지수는 0.12% 하락했다. 홍콩발 충격으로 인해 이날은 '검은 수요일'로 기록됐다.
중국발 충격의 서진 현상은 지난 4일 '검은 월요일'에도 있었다. 당시 상하이증시가 7% 폭락 끝에 거래가 중단되자 유럽, 미국 증시는 차례로 급락했다. DAX30지수 4.28%, CAC40지수 2.47%, FTSE100지수 2.39%,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1.58 %, S&P500지수 1.53%, 나스닥지수가 2.08%로 차례로 하락했다.
반복되는 도미노 현상은 구조적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여기에 중국 위안화(상하이 증시 폭락)와 홍콩달러화(홍콩 증시 폭락) 등 중국 외환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시작됐다. 저유가 현상은 중국 저성장에 자극받아 충격 전파에 한 몫했다. 중국의 불황이나 저유가는 한때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은 올해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위기 상황에 대한 공포는 주식 매도를 부채질하고 있다. 공포는 구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경제, 각국 중앙은행들의 위기관리 능력과 의지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신을 받기는 위기의 진원지인 중국의 인민은행은 물론이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도 마찬가지다. TWC의 수석투자연구원인 태드 리벨리는 FT에 "연준은 '미스터 시장'을 오랫동안 무시해왔다. 시장은 무시당하고 하잘것없는 존재로 취급당했다. 이제 시장이 연준의 계획을 끝장낸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말 7년여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며 올해 수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안에 한번의 추가금리 인상 정도만이 가능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