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은퇴 후 소득 없이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이들에게 자영업 외에 대안은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개인사업자 창업·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자영업 창업자수는 949만개, 폐업자수는 793만개로 집계됐다. 10년동안 창업에 나선 6명 중 1명만 폐업하지 않고 살아남은 셈이다.
이처럼 자영업이 녹록치 않자 한때 620만명에 육박했던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대까지 하락했다. 20여년 전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지난 2014년 평균(565만2000명)에 비해 8만9000명(1.6%) 감소했다. 1994년(537만6000명)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영업자는 2002년 619만명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600만명대 내외를 유지하다 2008년 금융위기(597만명)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 자영업자 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27.4%로 31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자영업 매출 줄고 빚 늘고
자영업의 위기는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월매출 지난 2010년 평균 990만원에서 2013년 877만원으로 줄었고, 자영업자의 가구부채는 2010년 평균 7132만원에서 2014년 8995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부채는 상용근로자 가구에 비해 1.44배가량 많다.
또한 자영업자의 31.4%가 도소매업 및 음식 숙박업에 종사해 업종 쏠림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퇴출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치킨집 등 음식점 폐업률은 무려 22.0%에 달했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연령대의 대부분은 5060 베이비부머세대다. 50대가 32.1%로 가장 많고 60대의 경우 1년새 12.4%나 증가했다. 신규 사업자 가운데는 부동산임대업이 141만명(21.3%)으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이 87만 6000명(13.2%), 음식업이 70만 1000명(10.6%)으로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치킨집 등 패스트푸드점이 3만 994개로 12.6% 급증했다.
자영업 생존기간은 1년 미만인 신생 사업자가 67만4000명, 1~3년 106만7000명, 3~5년 71만2000명, 10년 이상은 146만8000명이었다.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중 숙박음식점이 22.0%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 14.9%, 개인서비스업과 건설업이 각 12.3%였다. 10년 이상 생존률이 높은 업종으로는 부동산임대업(36.9%), 운수업(36.0%), 고정설비 비중이 높은 제조업(40.5%) 순이었다. 매출액 규모별로는 5000만원 미만이 56.7%였고 5000만~1억원 14.6%, 1억~5억원 21.6%순으로 1억원 미만이 전체 71.3%를 차지했다.
◆강남은 학원천국, 마포는 주점 천국
국세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국 254개 시·군·구의 661만 사업자에 대한 '전국 시·군·구별 사업자 등록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5.6% 늘어났다. 올 8월 말 기준 사업자는 661만명으로 1년 전(626만2000명)에 비해 5.6%가 증가했다. 2013년 감소세를 보인 자영업자가 늘어난 이유는 그만큼 회사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제과점, 편의점, 부동산중개업소, 미용실, 학원이 증가한 반면 일반주점, 휴대폰판매점, PC방, 이발소, 서점은 줄었다.
국세청의 통계를 활용하면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준비에 도움이 된다. 강남구에는 생활밀착형 업종 중 11개 업종에서 사업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일반음식점(7711명), 부동산중개업소(3194명), 실내장식가게(1503명), 교습학원(1464명), 미용실(1199명) 등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또 예체능학원(954명), 화장품가게(853명), 편의점(660명), 패스트푸드점(535명), 제과점(274명), 문구점(137명)도 강남구에 몰려있었다. 그러나 강남은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다만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2층 이상에서 영업이 가능한 업종을 선택한다면 창업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반주점이 가장 많은 곳은 홍대입구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 서울 마포구였다. 1089명으로 전년(1064명)보다 25명(2.4%)이 더 늘어났다. 전국에서 꽃가게가 가장 많은 곳은 서초구였고 명동으로 대표되는 중구는 안경점과 옷가게가 많았다.
음식업의 경우 패스트푸드점(치킨, 피자, 햄버거 등)이 12.6%, 제과점이 6.5% 늘어났다. 일반음식점(한식, 중식, 일식, 양식, 분식, 회사 구내식당 등)도 3.4% 늘어났다. 반면 일반주점은 0.9%가 줄어들었다. 소매업은 실내장식가게(12.2%), 편의점(10.0%), 과일가게(5.1%) 슈퍼마켓(3.3%)은 늘었고 식료품가게(1.8%)와 휴대폰판매점(2.2%)은 감소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소(7.9%), 미용실(5.2%)은 늘어난 반면 PC방(4.2%), 이발소(1.8%)는 줄었다. 또 예체능학원(3.4%)과 교습학원(2.4%)은 증가했지만 문구점(3.3%)과 서점(0.3%)은 감소했다. 지역적으로는 정부부처가 이전한 세종시(28.0%)와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도(11.8%)의 사업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통계를 활용해 입지를 선정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한 창업 전문가는 "세종시처럼 새롭게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이나 공공기관이 이전했지만 아직까지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 등을 선점한다면 고정고객 확보가 용이할 것"이라며 "또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강남의 학원, 홍대의 주점보다 이같은 수요는 있지만 경쟁업종이 적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