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외화채권 29억6200만달러…1·4분기 중 만료
하나銀,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채권발행 5억→3억달러 축소
"투자심리 위축 한동안 이어질 듯"…은행 자금조달 '먹구름'
연초부터 위안 달러 급등에 이어 홍콩 달러까지 급등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가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국내 시중은행들의 해외채권 발행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4분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은 29억62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다. 올해 만기가 끝나는 전체 59억5100만달러 중 49.7%에 달하는 물량이 1·4분기에 몰려 있다.
만기 채권 상환 등을 위해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시중은행들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상향조정한 때만 해도 은행권에는 활발한 채권발행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및 홍콩발(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은행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차환을 위해 발행하려던 해외채권 규모를 5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줄여 발행했다. 글로벌 증시의 급락으로 투자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기관투자가가 늘면서 채권 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한데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은 당초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어치의 채권 상환을 위해 아시아와 유럽지역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5년 만기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12억~13억달러의 투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투자 수요는 7억달러에 그쳤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하나은행이 원하는 수준보다 지나친 고금리를 요구했다. 20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가 7년 만에 장중 8000선이 무너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위험 회피심리가 커진 기관투자가들이 고금리 채권 발행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하나은행은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1.125%포인트를 더한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인 3억달러어치만 발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홍콩H지수 하락으로 손실을 본 홍콩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원해 발행조건이 맞지 않았다"며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발행을 추진하거나 자체 자금 등으로 차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21일 기준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 만기 달러화 채권 기준)은 72.93bp로 올 들어 약 30% 가량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국가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수록 CDS 프리미엄은 오른다.
이에 따라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국내 은행의 채권발행 비용도 덩달아 커지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발 불확실성에 따라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한 번에 차환이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에 나서면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