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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차기태의 향기편편] 행운과 행복은 다르다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은 10년간의 전쟁 끝에 트로이를 함락시키고 고국 미케네로 개선했다. 그러나 그는 귀환하자마자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해 살해된다. 아가멤논이 포로로 데리고 왔던 무녀 카산드라도 역시 똑같은 비운을 겪었다. 이런 설화를 바탕으로 지어진 고대희랍의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작품 에서 주인공 아가멤논은 죽기 직전에 이런 말을 했다.

?"행복한 가운데 삶을 마감하는 자만이 축복받은 자라 할 것이오."

살아 있을 때 아무리 화려한 나날을 보냈더라도 비참하게 죽지 않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나야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가멤논은 트로이로 출정하기 전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스군 연합함대가 집결해 있던 항구 아울리스에서 딸 이피게네이에를 신에게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그러자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한다며 아가멤논을 살해한 것이다. 경위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아가멤논은 참으로 불행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오늘 터키에 있던 고대 리디아 왕국으로 아테네의 입법자 솔론이 방문했다. 그 당시 아테네 시민들은 솔론이 만든 법률을 10년동안 굳게 지키기로 약속했었다. 솔론이 없으면 어떤 법률도 폐기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솔론은 아테네 시민들이 법을 훼손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해외순방에 나섰다가 이집트를 거쳐 리디아 왕국을 찾았다. 솔론을 맞이한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은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에게 그 재산을 자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솔론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첫째로 행복한 사람은 아테네 사람 텔로스요, 둘째로 행복한 사람은 아르고스 태생의 클레비오스와 비톤 형제라고 솔론이 대답한 것이다. 인류최초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에 따르면 텔로스는 유복한 생활을 했지만 전쟁터에 나가서는 적을 패주시킨 후 장렬하게 전사했다. 클레비오스와 비톤 형제는 체력이 좋아 체육경기 대회에서 우승했고 생활도 윤택했다. 형제는 헤라 여신 제전에 참가하려는 어머니를 우마차에 태운 다음 소를 대신해서 멍에를 쓰고 달려갔다. 그리고 두 형제는 신전에 들어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고향 사람들은 두 형제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그들의 입상을 만들어 델포이 신전에 봉납했다. 솔론이 제시한 인물들은 모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행운이었다. 그들은 훌륭한 성품까지 갖추고 있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렇기에 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솔론은 설명한 것이다.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그를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부르더라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보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헤로도토스 제1권

크로이소스는 솔론의 이런 '충고'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솔론을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크로이소스는 훗날 페르시아의 키로스 왕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포로가 되어 화형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제서야 크로이소스는 솔론이 말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고 그의 이름을 3차례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키로스 왕은 크로이소스를 불러 경위를 설명 듣고는 살려줬다. 참으로 극적인 반전이다. 한때 행복했다가 불행해졌고, 마지막 순간에 최악의 불행에서 회생했다. 결국 행복에 관한 솔론의 현명한 충고가 크로이소스의 생명까지 건져준 셈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제1권에서 비슷한 지론을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행복이란 온전한 덕과 생애 전체를 통하여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다. 따라서 솔론의 말처럼 어떤 사람의 최후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을 행복하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트로이 패망 당시 최후의 왕 프리아모스처럼 최고의 행운 속에 살다가도 말년에 큰 불행을 당한 사람은 결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프리아모스 왕 같은 인물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흔하다. 한때 화려하고 큰 행운 속에서 살기는 했지만, 말년에 비참한 처지에 빠지거나 타의에 의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이들은 결국 아가멤논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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