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호의 미래를 쥔 호텔롯데가 상장 예비심사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은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로 향하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가 역대 '최대어'였던 삼성생명(4조8881억원)을 뛰어 넘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침체된 주식시장 탓에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평가 절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흥행에 실패한다면 호텔롯데의 해외 진출과 지배구조개편작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
◆삼성생명 공모 기록 깰까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에게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특히 현재 90%가 넘는 일본 측 지분율을 크게 낮춤으로써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롯데 계열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하면서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명분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호텔롯데가 시장에서 제값을 받아야 한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8월 롯데그룹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으로서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한 뒤, 증권업계 등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20조원(현대증권)까지 평가했다. 연결로 인식되지 않는 계열사 지분 가치(3조원)와 수조원대 부동산 가치, 그리고 10조원 이상의 영업 가치를 토대로 나온 전망치다.
이를 근거로 공모자금도 최대 6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톰슨로이터그룹 소속 IFR은 호텔롯데의 공모가액이 50억달러(약 6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였던 삼성생명의 공모가액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같은 전망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경쟁에서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기업가치도 2조원 이상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증권 김기영 연구원은 "호텔롯데의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상실에 따라 IPO 흥행 차질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흥행 실패하면 지배구조 개편도 차질
여기에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주가도 지난해 7월 주당 14만원대에서 7만만원대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8~9월께 제시된 호텔롯데 기업가치 최대 추정값 20조원(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호텔신라 등 비교 대상 시가총액 감소와 약세장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 기업가치는 50% 수준인 10조원 정도로 깎인다. 이 가운데 전체 주식의 30~40%만 투자자들에게 공모로 배정할 경우 공모 규모는 3조~4조원에 머물 수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호텔롯데의 상장이 롯데그룹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주식 공모를 통해 모은 재원으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궁극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추산에 따르면 이 작업에는 7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데 상당 부분 호텔롯데 상장 공모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면세점 축소로 호텔롯데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공모 흥행에까지 실패할 경우 롯데는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고 싶어도 충분히 실행에 옮기기 못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그룹 내 역할이 줄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지분 경쟁은 실익이 없는 만큼, 신동빈 회장은 보유 계열사 지분(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을 호텔롯데에 출자하고 반대 급부로 호텔롯데의 지분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