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화가 리처드 디벤콘의 작품입니다. 2016년이 시작된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도 꺼이꺼이 흘러갑니다. 흩날리지 않고 중심을 가지고 연초를 보내기 위한 명화 몇 점을 보여드려요.
그림1 Coffee/Richard Diebenkorn/리처드 디벤콘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 열매에 '힘을 준다'는 의미의 '카파'(caffa)란 이름을 붙였었다고해요. 이 아랍어가 오늘날 '커피'(Coffee)란 단어의 기원이 됩니다.
마크 로스코와 함께 작업을 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던 미국화가 리처드 디벤콘 (1922-1993) 의 작품은 늘 따뜻한 기운을 줍니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리처드 디벤콘은 두 살 무렵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스탠포드대학에서 미술을 배웁니다.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했던 그는 구상화와 추상화를 넘나드는 넓은 창작활동을 하죠.
구상화를 그렸던 그에게 마크 로스코는 추상화를 그려보라고 제안합니다. 이를 계기로 리처드 디벤콘은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의 마을공동체 오션파크에 살면서 20년간 140점 연작의 '오션파크 시리즈'를 남깁니다. 때로는 친구의 조언 하나가 큰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의 추상작업도 좋지만 여인이 있는 실내 풍경 시리즈도 좋아요. 말끔한 오후를 보내기위해 커피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림2 Girl and Three Coffee Cups/ Richard Diebenkorn
에드워드 호퍼와 앙리 마티스를 좋아했던 그의 작품에서는 호퍼가 지닌 현대인의 정서와 마티스가 지닌 평온하면서도 긍정적인 색채를 가진 실내느낌이 묻어납니다. 오래전 읽은 책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에서 본 내용이 떠오릅니다. 마음에 품고 있는 멘토들을 나열하고, 그들의 장점을 하나씩 가져와 내 것으로 만드는 일, 비단 아티스트들에게만 적용되는 메시지는 아닐 터, 일상을 야무지게 살아가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요?
그림3 Recollections of a Visit to Leningrad/1965
디벤콘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준 선배화가인 앙리 마티스에 대한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들 중 한 점입니다. 문양과 실내를 표현한 디벤콘의 시선에서 마티스의 감각도 함께 전해집니다.
아래의 오션파크 시리즈에는 캘리포니아의 해변과 햇살을 떠올리는 색감들이 가득합니다. 매일 맑은 날씨라 조금이라도 울적해지면 미안한 그런 날씨를 담은 작품 같아요. 날이 추워지니 햇살이 더 소중해집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은 비타민 같은 리처드 디벤콘의 실내풍경과 색면 추상화로 햇살을 넌지시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림4 Ocean Park No. 40/ Richard Diebenkorn
그림5 리처드 디벤콘의 모습 by. Colin C. McRae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