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이름이다. 바쁜 일상에서 자주 찾지 못하는 고향이지만 설 무렵이면 어느새 마음은 고향으로 향한다. 기업의 오너들도 마찬가지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그룹을 일군 이들 역시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향심을 나타낸다. 갈 수 없는 북의 고향에 매년 물자를 지원하는가 하면 고향의 사회복지 시설을 매년 방문하는 이도 있다. 또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고향을 위해 헌신하는 오너들의 행보가 설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에이스침대 창업주인 안유수 에이스경암 이사장은 지난 2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1년에 1~2차례 황해도 사리원을 찾고 있다. 사리원은 안 이사장의 고향이다. 안 이사장은 고향에 단순한 물자 지원을 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종자와 묘목 등은 물론 농기구와 비닐하우스를 제공해 고향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남북정부도 안 이사장의 방북을 막지 않았다. 그의 각별한 고향 사랑이 민간 차원의 순수한 의도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올해도 방북을 위해 통일부에 방북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전라남도 나주를 방문했다. 사회복지시설 8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나주는 대신금융그룹 창업자인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고향. 이 회장은 과거에도 양 명예회장과 함께 나주를 자주 방문했다. 2004년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양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에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나주를 찾았다.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을 강조했던 양 명예회장의 뜻을 잇기 위한 행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1971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매년 고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마을잔치를 열어왔다. 2014년 세월호 추모 차원에서 한차례 중단된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공식 중단이 결정됐다. 신 총괄회장은 1970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둔기마을이 수몰되자 이듬해부터 마을 주민들을 모아 잔치를 열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 사재 570억원을 출연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의 이름에도 고향의 지명을 적용한 그는 울산자연과학고에 전산교육관을 기증했고 울산과학관에도 240억원을 기부하는 등 고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고향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갤러리아 천안점은 1989년 개점했다. 당시만해도 백화점은 서울과 광역시 외에는 입점해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던 때였다. 그러나 김 회장은 수익보다 고향 주민들의 편의성과 지역 일자리 창출에 더 무게를 뒀다. 장소를 옮겨 리뉴얼한 천안점은 이제 중부권 쇼핑의 명소로 거듭나며 고향 사랑에서 시작된 투자가 결실을 맺은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해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천안에 설립하며 또한번 고향 발전에 힘을 보탰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1525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