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에서 열린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금융위 제공
금융공기관 성과연봉제 적용대상 7.6%→68.1%로 확대
앞으로 금융공공기관 직원의 68.1%가 성과연봉제 적용을 받는다. 현재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은 7.6%에 불과하다. 최하위 직급(5급)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 성과연봉제도 도입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 보수·평가·교육·인사시스템을 정비해 내년까지 제도 도입을 완료할 방침이다. 금융공기관의 성과중심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이를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공기관의 성과중심제가 확산에 대비한다는 전략이지만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가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실질적인 개혁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 간담회를 열고 금융공공기관 성과주의 도입 방안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캠코 등 금융권 9개 금융공공기관 기관장이 참석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은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민간금융회사가 참고할 사례가 될 수 있다"며 "9개 금융공공기관은 강화된 성과연봉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임금체계 뿐만 아니라 평가·교육·인사·영업방식 등 전반에 걸친 성과 중심 문화를 모범적으로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중심 문화 확산은 ▲성과중심 차등화 ▲금융업무 전문화 ▲공공부문 선도 등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보수체계는 금융공공기관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점을 고려해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실제로 금융공공기관은 1인당 보수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525만원으로 민간기업(500명 이상)의 1.4배(5996만원) 수준이다. 민간은행(8800만원)보다는 낮지만 금융·보험업 전체 평균(5849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공공기관은 최하위 직급(통상 5급)과 기능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 대해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 직원은 전체의 7.6%(1327명)에서 68.1%(1만1821명)로 기존 대비 9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승진 등 인사운영에도 개인성과가 연계되며 직원 교육 및 영업형태에도 성과주의가 적용된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공공기관의 성과급 기준이 다른 공공기관보다 엄격한 이유에 대해 "금융공공기관은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되며 노동, 공공, 금융개혁의 핵심이다"면서 "금융 기능과 시장 안전판 등 정책금융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공공기관의 업무가 민간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민간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가 관건이다. 정부는 노사 합의가 필요한 과제는 사측과 함께 노조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한편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공공 금융기관에 대한 예산권을 바탕으로 성과주의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성과주의는 근로조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끝까지 반대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정부의 '경영인센티브 인건비' 제도 도입과 관련해 "임금체계는 노사 자율로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할 권리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