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불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2년 연속 세자릿수 이익 성장을 지속하며 '메리츠종금식' 영업방식도 화제가 되고 있다. 주가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시가총액도 증권업계 5위를 차지하며 대형사 '문턱'을 넘어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일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051억2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80.7%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3조2410억5000만원으로 115.4% 늘었고, 순이익은 2873억4000만원으로 98.6%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년 연속 세자릿수 이익 신장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높은 이익성장세와 수익성을 앞세워 종금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2020년 이전 대형IB 조기 진입을 위한 발판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내외 경기 불안으로 증시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3·4분기 유상증자 등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기자본 규모가 크게 확대된 만큼 올해에도 실적 견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성장세 지속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1조7186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400억원 가량 늘었다. NCR(영업용순자본비율)과 레버리지비율은 각각 585%와 517%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될 신NCR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750% 수준으로 NCR비율이 올라가 이전에 비해 투자 여력이 크게 향상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실적을 놓고 "증권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러움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메리츠식 성공 뒤에는 역발상 투자와 성과주의가 있었다.
최근 4~5년간 주식시장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져 거래가 줄자 대부분의 증권사가 리테일 사업을 축소했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달랐다. 리테일 영업망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정비했다. 우선 전국 19개 지점을 5개로 합쳐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거점 전략을 취했다. 여기에 새로운 성과보상 제도를 도입하면서 업계의 내로라 하는 영업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결실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년 흑자전환하며 7년 만에 영업이익을 냈다.
투자은행(IB)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엠투자증권을 합병하는 등 '몸집'도 키워나가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형 IB로 전환해 기업대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 업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의 또 다른 실험에 관심이 쏠린다.
잠정 실적을 발표한 다른 증권사들도 지난해 대부분 웃었다.
◆증권사 지난해 실적 '好好'
삼성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3767억원으로 전년보다 125.6%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활황세를 보인 2007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 역시 3141억원으로 150.4% 증가, 2007년 이후 최대 이익을 거뒀다. 교보증권은 전년보다 186.4% 증가한 9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1999년 이후 가장 큰 성과를 거뒀고, HMC투자증권은 전년보다 388.2% 늘어난 68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08년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SK증권의 영업이익(205억원)이 115.6% 늘어난 가운데 부국증권(302억원) 46.3%, KTB증권(101억원) 29.4%, 한양증권(116억원) 39.8%, 유화증권(106억원) 66.9%의 증가세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증권사의 이익이 급증한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저금리 속에서 부동자금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주식 거래가 늘고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이 증가한 때문이다.
여기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 항공기 투자를 비롯한 대체투자 확대 등이 실적 호전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