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회사채 신용등급별 거래량 비중 자료=삼성증권
#. 신용등급이 BBB+인 AJ네트웍스는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달 20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770억원의 투자 주문이 들어왔다. 1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인 만기 1년 6개월짜리에 250억원, 200억원어치 발행 예정인 2년짜리에 5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 LS전선은 지난달 26일 '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7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다. 하지만 겨우 300억원의 수요가 몰려 흥행에 실패했다.
BBB급 회사채의 몸 값이 오르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이하 하이일드펀드) 덕분이다. 올해도 코스닥 등에 '기대주' 기업들의 상장이 늘면서 하이일드펀드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고, 이 자금의 일부가 BBB급 회사채 시장으로 들어가 발행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J네트웍스 유효수요 770억원 중 500억원이 하이일드 펀드에서 나왔다.
1월 한달간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폭도 2.21bp(1bp=0.01%포인트)로 회사채 중 가장 컸다.
BBB급 회사채는 그간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해운업체인 폴라리스쉬핑은 총 4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목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70억원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수요예측 참여 최소금액(100억원)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사실상 유효수요는 없었던 셈이다. 두산건설(BBB-)도 지난 10월 2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20억원의 수요를 모집하는데 그쳤다. 같은해 9월에는 이랜드월드(BBB+)가 수요예측 결과 600억원 모집에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활성화되면서 일부 기관들이 하이일드펀드에 담을 BBB급 회사채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5년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신규 펀드 설정액은 1조9000억원으로 집계된다. BBB+이하 등급의 채권 비중을 30%라고 가정하면 약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된 셈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손소연 연구원은 "'BBB'등급 기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기업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박태우 연구원은 "아이러니하게도 BBB급은 A급보다 차라리 나은 수급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이 고위험 저유동성 채권에 대한 수요는 다름 아닌 리테일 투자자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반면 'A'등급은 찬밥신세다.
LS전선 '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가 미매각이 발생했다.
LG생명과학(A+), 효성(A+), 현대로템(A+), 현대다이모스(A+) 등은 지난 1월 만기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유통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1월 AAA급 회사채 거래량이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AA급 회사채의 비중은 45%로 평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특히 BBB+이하가 6%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4일 진행되는 한화(A0)와 대한항공(BBB+)의 수요예측에 주목한다. 기관의 우량회사채 편식(偏食)현상이 완화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하이일드펀드에 편입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수요가 늘었다"며 "등급이 낮아도 사업기반이 탄탄한 회사에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절대금리가 바닥으로 치달으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수요가 BBB급 채권들의 발행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