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재산재평가를 통한 '숨은 자산가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 재평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투자심리를 자극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자산 재평가는 회계장부에 취득했을 당시 가치로 기록했던 자산을 최근 시가로 재평가해 기록하는 것이다. 취득 당시보다 자산 가치가 올랐을 경우 기업은 재평가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이 차이익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성창기업지주, 대주전자재료, 세하, 팬엔터테인먼트, 티에이치엔, 한중엔시에스, 엠에스오토텍 등이 자산 재평가 공시를 냈다.
이들 회사들은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의거 자산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산 및 자본증대효과를 통한 재무구조개선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 위해 자산 재평가
대주전자재료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소재 토지 자산재평가 결과 148억4200만원 규모의 차액이 발생했다. 재평가차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총액의 13.34%에 해당한다.
세하는 토지 자산 재평가 결과, 114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이는 자산 총액의 6.49% 규모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서울 마포구에 보유한 토지 1972.9㎡를 재평가한 결과 201억2358만원으로 평가금액을 산정했다.
장부가는 184억3080만원으로 재평가 차액은 16억9278만원이다. 재평가 차액은 자산총액대비 2.53%에 해당한다.
티에이치엔도 자산 재평가 결과 자산 총액대비 3.93%에 해당하는 82억 500만원 규모의 재평가 차액을 얻었다고 공시했다.
엠에스오토텍도 경북 경주시 내 토지 등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 장부가는 145억2400만원이나 재평가금액은 231억4000만원으로 평가됐다.
자산 재평가 결과 평가 차액이 클수록 눈에 보이는 재무 개선 효과도 뚜렷해진다. 평가 차액이 대부분 자본으로 잡히는 만큼 부채비율도 낮아진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낮아져 밸류에이션(적정 주가) 매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자산재평가 약발은 길지 않은게 보통이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2~3일간 상승한 후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는 등 불안정한 주가 흐름을 나타낸다.
◆"자산재평가, 펀더멘털에 영향 없어"
증권 전문가들은 실제로 부동산을 매각해 평가차익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는 자산재평가 업체에 대해서는 섣부른 투자를 경계하라고 입을 모았다. 자산재평가는 부채비율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금흐름이나 손익계산서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증권 전문가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 없이 회계서류상에 수 백억원 규모 자본금이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것을 시장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재평가만을 믿고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전문투자자들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