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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는길]설에 대한 동상이몽

본격적인 설연휴가 시작된다. 고향 갈 채비에 여념이 없는 가족들은 분주하다. 그러나 가족구성원마다 설에 대한 기대와 고민은 다르다. 아빠, 엄마, 딸, 아들 모두에게 같은 명절이 아니다. 자녀들은 두둑한 세뱃돈을 기대하며 고향으로 향하고 아빠는 나이드신 부모님 걱정과 부모를 위해 무언가 더 해드릴 것을 고민한다. 엄마의 사정은 또 다르다. 벌써부터 명절증후군이 두려운 게 엄마다. 명절 음식을 만들고 차례상을 차리는 것부터 손님맞이까지 엄마의 연중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아지는 게 이때다.

메트로 신문이 가족 구성원들이 느끼는 설에 대한 동상이몽을 들여다봤다.

◆아빠-김효자(54)

팔순이 다된 부모 걱정에 여념이 없는 김효자씨. 아버님댁에 보일러는 진작에 놔 드렸고 안마의자에 정수기, 비데까지 온갖 제품을 렌탈해 시골에 설치해드렸다. 한달 렌탈비만 20만원 가까이 들지만 아직도 뭔가 부족한것 같다. 맏아들인데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것이 늘 죄송하다. 아내의 성화에 자주 찾아뵙지 못해 명절이면 좀더 일찍 고향으로 내려오고 싶지만 이 또한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 일쑤다. 하루쯤 일찍 내려가는 게 무슨 부담이 되는지 명절 전날에서야 내려가자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

동네에서 소문난 효자라고 칭송하는 이유는 정작 본인만 모른다. 작년 김장철에는 김장을 안하겠다는 아내와 다퉜다. 10년전부터 부모님 댁에 매년 김장을 해 드렸는데 갑자기 김장을 안하겠다는 아내는 시부모를 자기 부모처럼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엄마가 며느리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큰 아들까지 키워주셨는데…' 서운함이 앞선다. 이번 설에는 부모님께 서울로 올라오시라고 제안해 모시고 살아야겠다.

◆엄마-나주예(52)

시집온 지 벌써 28년째다. 장남에 효자는 피곤하다는 친정엄마의 말을 진작 들었어야 했다. 줄줄이 딸린 시누이, 시동생들 뒷바라지를 쉰이 넘어서도 해야한다니. 명절엔 시댁식구들이 모두 리모콘을 하나씩 들고 있다. 이 리모콘은 나를 움직이는 도구인 듯하다. 시어머니가 부르는 호칭이 '아가야'에서 'OO엄마'로 바뀌었을 뿐 28년전이나 지금이나 밥먹자, 과일먹자, 전은 아직이니 등등 멘트는 매년 설과 추석이면 반복된다. 결혼할 때 집 하나 장만해주지 않는 시댁에 온갖 것을 퍼주는 효자 남편이 더 밉다. 올해도 하루 일찍 내려가자는 소리를 할 것 같다. 그때마다 내 대답도 같다. '나중에' 아니면 '배송할 물건이 아직 안와서' 둘 중 하나다. 시댁에 가면 빨리 친정 갈 고민부터 한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엄마가 최고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첫 명절을 보내야 하는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여우같은 올케는 엄마보다 자기 자식들 챙기기 바쁠텐데 나라도 가서 위로해줘야한다.

◆아들-김한량(27)

명절이 끝나면 곧 졸업이다. 입사지원서를 여기저기 냈지만 한곳도 면접 연락이 없었다. 친척들을 만날 게 벌써부터 걱정이다. 핑계를 대고 혼자 집에 남을까 고민하지만 효자인 아버지에게 통할리가 없다. 삼촌 딸 나보다 어린데 벌써 대기업에 취업을 했단다. 아마도 이번 설에는 삼촌의 자랑때문에 견디기 힘들 게 뻔하다. 열살도 차이 안나는 노처녀 막내고모도 걱정이다. 내 취업 이야기 다음에 친척들의 공격 대상은 늘 막내고모로 귀결된다. '니가 뭐가 못나서'로 시작되는 친척들의 안타까운 탄식에 이번 설에도 고모와 나는 친척들의 간식거리가 될 게 뻔하다. 면접 일정이 잡혔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야겠다.

◆딸-김예교(12)

엄마 아빠가 마흔이 넘어 낳은 늦둥이 막내딸이다. 할아버지댁에 가면 막내삼촌의 아이를 제외하고는 내가 막내다. 다섯살 된 막내삼촌의 딸은 내 적수가 될 수 없다. 올해도 애교작전으로 두둑한 세뱃돈을 받아내야지. 세뱃돈으로 살 물건도 이미 봐놨다. 3년째 쓰고 있는 구질구질한 2G폰에서 이제는 벗어나야겠다. '올해 세뱃돈=새 스마트폰'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지 오래다. 이렇게 좋은 설을 엄마는 왜 싫어할까. 올해는 오빠까지 짜증이 늘었다. 엄마랑 오빠가 오랫만에 한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엄마를 바로 미소짓게 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나에겐 있다. 이 한마디면 된다. "엄마 외할머니도 보고 싶어." 매년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엄마는 웃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죄송하다면서 짐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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