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임을 허용해 달라는 은행의 주장은 금융법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 일임을 풀어준다고 해도 막상 고객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은행들은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은행은 운용 전문가도 없고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아니다"라면서 은행이 투자일임업에 진입하려는데 대해 바젤Ⅲ에 의한 재무안정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거듭 반대 한다고 밝혔다. 몇 년 전 복합점포를 허용했을 때 은행의 요구대로 고객에 대한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허용해줬기 때문에 은행의 (투자일임업 관련) 수요는 충족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 일임업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고객이 투자 자산과 상품 등에 투자해 달라며 맡긴 돈을 관리, 운용하는 금융투자업 고유의 업무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게 되면 은행은 고객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오는 3월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선 "은행이 자사 예·적금 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내달 출시 예정인 ISA를 은행은 신탁 형태로만 팔 수 있고 증권사는 신탁형과 일임형을 다 취급할 수 있다. 일대일 계약인 신탁형은 광고도 할 수 없고 신탁 규정상 자사의 예금을 편입할 수도 없다.
은행권의 요구에 대해 황 회장은 "ISA에 한해서 은행권도 광고는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만 은행이 ISA에 자사 예금을 편입하는 것은 신탁 취지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허용한다면 10%나 15%로 (비중을) 낮게 묶어놓는다는 전제하에 (은행의) 자사 예금 편입도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ISA는 과거에 없던 획기적인 세제혜택 상품"이라며 증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패닉'(공황)에 빠질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황 회장은 "H지수가 많이 떨어지면서 투자자 걱정이 크지만 과도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H지수가 지난 1월 21일 7835까지 내려가면서 전체 H지수 ELS 가운데 3조3000억원어치가 녹인(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한편,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이 2007년 제정되고 금융위기를 거쳐 2009년 2월부터 시행돼 행위 규제적으로 돼 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오는 6월까지 금융당국과 협의해 원칙 중심 규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개정안을 논의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