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랜 침체기를 겪은 일본 은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저성장기 국내 은행 경영전략-일본 은행의 경험에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14년까지 은행대출은 연평균 5.4%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위기 발생 이전인 2000~2008년까지 대출이 매년 평균 16.3%씩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 중반까지 하락한 반면 수수료 수익비중은 여전히 낮아 예대마진 중심 경영을 하는 국내 은행 수익성은 악화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5~2007년 국내은행들의 연평균 수익이 100이라면 2014년 수익은 52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 해운, 철강 기업의 부실화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저성장체제가 지속돼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국내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일본은행들은 지난 2004년 이후 이자수익이 아닌 수수료 수익 증가로 수익성 개선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2014년 일본 은행의 이자수익은 매년 평균 1.1% 감소했다. 일본 은행들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급격한 해외 영업 확대 덕분이다.
양 연구위원은 "글로벌 위기 이후 유럽계 은행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철수하기 시작하자 일본 은행들은 해외 PF 대출을 늘리기 시작하며 해외 대출 잔액을 늘려 나갔다"며 "지난 2014년 일본 미쯔비시 UFJ, 미즈호 금융그룹, SMBC 등 3대 메가뱅크의 해외수익비중은 25~3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기관들이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양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M&A)나 지분투자 등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금융 등 장기 대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