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분주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실제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사는 쪽과 파는 쪽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매물이 장기간 쌓이면 경제 활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먼저 이랜드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킴스클럽의 예비입찰이 1주일 뒤인 18일에 잡혀 있다.
이랜드는 전략적투자자(SI)인 신세계, 롯데, GS리테일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와 재무적투자자(FI)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국내 토종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16곳을 상대로 지난 1일부터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킴스클럽 영업권과 각 매장의 장기 임대권이다. 업계는 오는 22일 예정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 발표 후 빠르면 다음 달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두산DST에 대한 적격인수후보들의 본실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15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한화테크윈과 LIG 등 SI 3곳과 스틱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 PE(프라이빗 에쿼티) 등 FI 4∼5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하나금투 PE 등을 제외하고 SI 3곳을 포함한 4∼5개 업체가 숏리스트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 예상시기는 다음 달이다.
예상 매각가액이 1조원을 넘는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분의 매각을 위한 절차도 한창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를 스탠다드차타드(SC) PE에서 국내 토종 PEF인 MBK파트너스로 변경하고 본계약 체결을 위한 확인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나왔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법. 올해 기업인수(M&A) 시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두산그룹 측은 두산DST의 매각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7000억∼8000억원선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인수 후보들은 5000억∼6000억원이 적당한 수준이라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이달 29일까지 현대증권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해 이르면 3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후보가 없는데다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을 다시 사 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포기 못한다는 방침이어서 흥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PEF인 파인스트리트 등이 잠재 후로로 거론되지만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CJ그룹의 불참으로 매각이 잠정 중단된 코웨이의 앞날도 아직은 안갯속이다. 2조∼3조원에 달하는 예상 매각개액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코웨이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를 분할키로했다. 시장에서는 인수금액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소유한 채권단은 이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박삼구 회장에게 우선매수 청구권이 있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호계열이 지닌 금호타이어 주식은 미미한 상태다. 특히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도 금호타이어 사장으로 오지 않고 지난달 그룹전략경영실 사장으로 발령이 나 박 회장이 우선매수 청구권을 쓸지는 미지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좋은 시점에 팔수 있는 가격에 매물을 내 놓는 것이 M&A의 정석"이라며 "동양과 동부, 현대 등 매각 시점 설정 실패와 시장가격의 시각차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M&A에도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