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주식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설 연휴기간 동안 터진 국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861선에서 간신히 턱걸이 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에도 5.1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202.5원에 마감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요 기업 주가 추이를 종합한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7600선이 위태롭다. H지수는 이날 5.8% 폭락으로 개장해 지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 경기 부진과 일본의 금융불안, 북한발 리스크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3%(56.25포인트) 급락한 1861.54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이나 하락률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62.78포인트(3.40%) 떨어진 2012년 5월 18일 이후 3년8개월여 만에 최대다.
시가총액도 1176조6460억원으로 하루 만에 35조5300억원이 증발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의 폭락은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실망감과 유가하락,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 등의 꼬리 위험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고성장 기대로 급등한 자산 가격의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투자 심리가 얼어 붙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202.5원으로 연휴 직전 거래일 보다 5.1원 올랐다. 프랭클린 템플턴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펀드가 설 연휴 직전 한 주 동안 국채 및 통안채(통화안정증권)를 약 2조원가량 순매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 홍콩 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이날 홍콩 H지수는 전날 보다 4.93% 하락한 7657.92에 마감했다. 이날 5.8% 폭락 개장한 홍콩H지수는 한때 7582선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축소했다.
중국 경기 불안과 함께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미국도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증시는 건국기념일로 휴장했고, 중국과 대만 증시도 12일까지 춘절 연휴로 쉰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도 급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세계 주식시가총액은 56조달러(약 6경6640조원) 가량으로, 최대였던 2015년 5월말에 비해 14조달러(약 1경6660조원) 감소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가총액이 가장 컸던 것은 작년 5월말의 71조달러(약 8경4천490조원)다. 그 이후 지난 8개월여간 20% 정도 줄었다.
한편 현지시간 11∼12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18∼19일 EU 정상회의 등 향후 예정된 글로벌 이벤트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