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개성공단기업협회가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입주기업의 정확한 피해 산출과 보상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오전 11시 3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총회는 같은 시간 정부가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한다는 소식에 15분가량 늦춰졌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을 가득 채운 비상총회 참가자들은 빔 프로젝터를 통해 정부의 지원대책 발표를 경청했다.
정부는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기존 대출의 상환 유예,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신규 대출금리 인하 등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대책 발표 직후 비상총회의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총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이 상황에 세금면제와 대출연장이 무슨 소용이냐"며 "지금껏 정부만 믿고 10년을 일궜는데 한 순간에 정부가 앗아갔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인은 "정부가 상황을 잘못 파악한 것 같다. 지금은 지원이 아니라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발표 내용이 3년 전에 정부가 발표했던 지원대책과 다를 것 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며 "약자인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을 얼마나 삼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일방적인 가동중단 통보와 출입 통제를 했다는 것은 짚어야겠다"고 개성공단 폐쇄 사태의 원인이 정부에 있음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우리가 원부자재와 완제품 못 가져왔다는 것을 보도하면서 정부의 책임은 가리고 북한의 자산동결만 강조하더라"며 언론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가 발표되기 전부터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면 기업들이 철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각 부처에 요청했다고 알렸다. 정 회장은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며 장관과 동석한 5개 부처 차관들에게 시간적 말미와 최대한의 인원, 차량을 동원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 자리에서 다들 이해했지만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을 마치며 정 회장은 "얼마나 긴 싸움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오늘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려 한다"며 입주기업 대표들에게 "모두가 적극 참여해서 정당한 보상을 받자"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과 피해 집계 방법, 향후 대책방향 등이 논의됐다.
의류 사업을 하는 기업 대표는 "기계 등 설비 피해를 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원부자재가 얼마나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기업과 바이어의 자료를 정부가 수용할지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날 총회에는 개성공단 근로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신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생산시설이 전부 개성공단에 있는데 그걸 몰수당했으니 직원들은 어찌될지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정부의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고용보험금이야 이미 냈던 것을 받는 것인데 지원이라 생색내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량해고 우려에 대해 정기섭 회장은 "함께 공단 개척하고 고락을 함께 한 직원들"이라며 "생계가 어려워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비상총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승인하고 정부에 ▲입주기업의 피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 확인 ▲실질적인 피해 보상 ▲ 개성공단 복구 ▲자재·제품 반출 ▲종사자 생계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