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카드 최대 주주 등극…금융지주 전환 가속화
양사 주가 동반↑…경제계 "삼성그룹, 新성장 밑그림 시작"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금융지주 설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카드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이는 삼성이 금융지주를 설립, 금융부문을 전자·바이오와 함께 그룹의 3대 중심축으로 성장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삼성카드 지분 전량(37.45%)을 인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당 단가 3만5500원으로 총 취득금액은 1조5404억5800만원에 이른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지분(34.41%)까지 총 71.86%의 삼성카드 주식을 보유해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삼성 측은 이번 지분 매입이 "보험과 카드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삼성의 금융지주 설립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주가는 금융지주 설립에 대한 기대감에 현재까지 각각 12.02%, 14.04% 상승했다.
◆삼성카드 매각설 잠식…지주 설립 탄력
이번 지분 정리로 인해 삼성카드는 매각설에서 자유로워진 반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설립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미 방위 산업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한데 이어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 케미컬 부문을 롯데에 매각하는 등 실용주의에 입각한 비주력 계열사 정리에 매진해 왔다.
삼성카드도 카드 업계 불황 등을 이유로 그룹 정리대상 명단에 심심치 않게 올랐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한다고 공시하기 전날까지도 중국 안방보험이 삼성카드를 인수한다는 설이 돌 정도였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인수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장기 포석"이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1대 주주가 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금융지주가 될 길이 확실하게 열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금융계열사 지분 확보 관건
삼성생명은 지분구조상 삼성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는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등 뛰어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최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카드·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 4개 금융계열사 지분을 각각 71.86%, 14.98%, 11.22%, 100%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자사주를 각각 15.92%, 9.26%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에 자사주를 합치면 30% 지분율 확보에는 문제가 없지만 삼성증권의 경우 10% 정도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또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삼성생명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하로 줄여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분(7.5%) 중 2.5%(5조원 규모)를 처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재편 기대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금융지주사로 만들거나,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금융지주사로 만드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설립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수직구조로 단순화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수월해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중간금융지주사법)이 통과돼야 한다. 해당 법안은 일반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해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난 10일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삼성생명이 최소 3년 이상에 걸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향후 1~2년 내 금융지주회사 설립 작업이 공식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1단계), 삼성전자 중심 비금융 계열사들의 일반지주회사 설립(2단계),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허용 시 위의 두 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지주회사 설립(3단계) 등의 3단계 과정을 거쳐 전환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경영상태와 자금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법인세 감면, 주식 양도차익 납부 유예 등 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계열사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해 맞춤형 금융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등 서비스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삼성의 금융지주사 설립은 금융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