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에 ISA 투자일임업 허용
은행-증권사, 신탁형·일임형 ISA '격돌'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과 증권사 간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14일 발표한 'ISA 활성화 방안'은 일임형 ISA의 온라인 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은행에도 투자일임형 ISA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는 이르면 내달 초부터 은행의 투자일임업 등록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투자자(가입자)가 일일이 편입 상품을 지정하고 금융사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 운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상품의 편입·교체를 대신 해줘 금융회사에 운용 재량이 부여된다.
◆증권업계, 일임형 내주고 비대면 받고
그동안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는 은행에 일임형 ISA를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대립해 왔다. 은행권은 일임형 ISA가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일임업을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민 재상 증식'을 위해 금융 당국과 업계가 손잡고 만든 ISA를 보다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도 "앞으로 은행업계가 포괄적 투자일임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금투업계는 '증권업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증권사는 1대 1 대면 계약으로만 일임형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현재 은행의 전체 지점 수는 7318개, 증권사는 1217개로 은행보다 증권이 불리한 입장이었다.
황 회장은 "비대면 일임 계약 허용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며 "이를 통해 판매망 열세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일임 계약을 위한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 고객, 장기고객으로…유치 사활
ISA는 한 번 가입하면 5년 동안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중도이탈 염려가 적고 장기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과 증권사는 ISA 고객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은행은 우대금리나 수수료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ISA 가입자가 적금상품인 'KB국민프리미엄적금'에 가입하면 0.6~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ISA 가입 고객은 인터넷·모바일 거래 이용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를 면제해줄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푸짐한 경품을 내걸고 가입예약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모바일 웹페이지와 인터넷뱅킹, 영업점에서 가입안내 동의서를 작성한 고객 중 27명을 추첨해 현대차 아반떼, LG 트롬 스타일러, 로봇청소기,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5만원권 등을 증정한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도 ISA 관련 마케팅을 내걸고 전면전에 뛰어 들었다.
증권사는 고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기회 등을 각각 제시하며 ISA 시장선점에 나섰다.
KDB대우증권은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의 파격적 수익률의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기회를 내걸고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17일부터 ISA 관련 상담을 한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에게 음료 기프티콘을 지급하고, ISA가 출시되면 가입 고객에게 특판 RP 가입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미래에셋증권은 1000만원 이상 ISA에 투자하는 고객에게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는 ISA 사전 가입 신청을 한 고객에게 연 4% RP에 2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