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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차기태의 향기편편3] 과오를 인정하는 용기

니키포로스 리트라스 그림 폴리네이케스 시신 앞에 선 안티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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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희랍의 도시국가 테바이에서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쓰라린 과거를 알고는 왕좌를 버리고 떠나버린 후 두 아들 사이에 왕권 다툼이 벌어진다. 형 에테오클레스와 동생 폴리네이케스가 싸우다 동시에 죽고 만다. 그 틈을 타서 왕위에 오른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지 말라는 포고를 내린다. 폴리네이케스가 형 에테오클레스로부터 왕위를 빼앗기 위해 외국의 군대를 끌고들어온 반역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포고를 무시하고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수습한다. 이에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체포하고 왜 포고를 어겼느냐고 추궁한다. 안티고네는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을 지키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녀는 "내 어머니의 아들이 묻히지 못한 시신으로 밖에 누워 있도록 버려둔다면 오히려 고통이 되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그럴 때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애인인 하이몬이 나타나 아버지에게 노여움을 풀라고 권고한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배우고 때로 굽히는 것은 조금도 불명예가 아닙니다.

거칠게 흘러가는 물가에서, 굽히는 나무는 잔가지까지도 구해낼 수도 있지만,

숙일 줄 모르는 나무는 뿌리와 가지와 함께 스러지고 맙니다.

-소포클레스

그럼에도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사형에 처하기로 하고 바위동굴에 감금한다. 돌무더기로 봉쇄된 감옥이었다. 안티고네는 "소신껏 살다가 인간들 중에 유일하게 산 채로 하데스(저승세계)로 내려간" 셈이다.

노인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도 나타난다. 테이레시아스는 "신의 제단이 불행하게 죽은 전사들의 피와 살점으로 더럽혀졌다"며 "죽은 자에게 양보하라"고 크레온을 타이른다. 그는 크레온에게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라면서 "죽은 자를 다시 죽이는 것이 무슨 용기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군주인 크레온에게도 시신들에 대해서는 아무 권한이 없다고 분명히 못박는다.

실수를 하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자는 더 이상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오.

-소포클레스

그럼에도 크레온은 고집을 부린다. 이 때문에 안티고네는 동굴에서 죽는다. 그 모습을 본 아들 하이몬은 아버지 크레온을 칼로 찔러 죽이려다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소식을 들은 하이몬의 어머니, 즉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결국 크레온은 고집을 부리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셈이다.

크레온에 비해서 트로이전쟁에 출전한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현명했다. 아가멤논은 영웅 아킬레우스가 전리품으로 데리고 있던 여인 브리세이스를 빼앗았다. 아폴론신의 사제의 딸 크리세이스를 전리품으로 데리고 있다가 신의 노여움을 풀고자 그녀를 돌려보내면서 대신 브리세이스를 데려간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너무 화가 나서 출전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그리스군은 트로이군과의 전투에서 수세에 몰렸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그리스군의 장수들이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를 화해시키기 위해 위해 중재에 나섰다. 오디세우스는 아가멤논에게 마음을 진정하고 아킬레우스에게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아무리 왕이라도 먼저 화낸 경우 상대방에게 보상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오.

-호메로스 제 10권

아가멤논은 이 권고를 수용했다. 마침내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는 화해했다. 아가멤논은 빼앗은 여인 브리세이스를 다른 선물과 함께 돌려보냈다.

이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학문탐구에 있어서 잘못된 학설에 매달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베이컨은 명저 (Novum Organum)에서 고대 희랍의 철학에 미신과 신학이 뒤섞였다고 비판하면서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철학을 예로 들었다. 그것은 헛된 숭배라고 베이컨은 주장한다. 성서의 창세기나 욥기 등에 나오는 구절에 기대면서 자연철학을 세우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헛된 숭배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가장 나쁜 것은 오류의 신격화이다.(Pessima res est errorum apotheosis) 그런 헛된 숭배가 시작되면 인간의 지성은 마치 역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무너지고 만다.

-프란시스 베이컨 Novum Organum 제1권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나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었던 안자는 "성인일지라도 1천가지 생각중에 한번 실수할 때가 있다"고 했다. 하물며 희로애락의 감정과 의지를 갖고 있는 보통의 인간에게는 흔한 일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그런 과오를 인정하고 시정하면 아무 탈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하나의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당나라의 태종이 전성기를 이룩한 것도 그같은 용기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그 용기를 발휘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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