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진행 중인 현대증권의 매각가는 5000억원 안팎에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지난 12일 각각 현대증권 매각 절차(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함에 따라 인수전에 참여할 후보군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자기자본 3조2000억원대인 현대증권을 대형사가 사들이면 '미래에셋+KDB대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선 작년에 한 차례 진행된 매각 작업이 실패로 끝나고서 재추진되는 것인데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절실한 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현대증권을 품에 안는 곳은 가격은 높게 써내는 곳이 유력하다. KB금융은 실탄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사회라는 걸림돌이 여전하다. 한국금융은 오너 회사로서 오너의 의지가 중요하다. 실사를 통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3조2000억원) 규모 등 경영상태가 견실하고 양호하다면 가격이 높아질 전망이다.
A사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진정한 매각 의지(우선매수청구권 포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현대그룹이 매각을 강도 높게 추진할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증권의 경우 매각이 가시화되면 그룹 리스크 및 지배주주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가격도 관심사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형 증권사의 인수사례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감안할 때 현대증권의 예상 인수가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6∼0.8배 구간인 4300억∼5800억원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할 경우 자사주 7.06%를 추가 매입한다면 실제 인수가격은 5200억∼67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도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 증권사와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로 시장이 양분화 되는 분위기이다"면서 "차별화된 생존 모델을 찾지 못한 증권사는 머지 않아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