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국민재산 늘리기를 위한 IS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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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달 일임업 등록신청서 접수…말께 판매 시작
한발 늦은 출발…타사 예·적금만 담을 수 있어 '울상'
은행, 전부터 자산관리(WM) 분야 강화…"해볼 만 해"
다음달 14일 출시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은행에도 투자일임업이 허용됨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간 ISA 시장 선점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ISA는 예·적금, 펀드, 채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금융업계는 ISA의 첫 해 시장 규모가 24조원, 5년 후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 업권, 당근과 채찍 하나씩 안고 출발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일임형 ISA의 온라인 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은행에도 투자일임형 ISA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ISA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은행은 신탁형 ISA만 취급할 수 있었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임임형 ISA는 금융사가 운용 재량을 갖고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상품의 편입과 교체를 대신 할 수 있다. 신탁형 ISA는 금융사가 투자자가 정한 편입 상품을 투자자로부터 구체적인 운용지시를 받아야 하고 상품 홍보도 할 수 없다.
이에 은행은 증권사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며 일임형 ISA를 허용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투자일임업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고유의 영역인 만큼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업 체계 근본을 흔드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위는 "고객이 은행을 통해서는 한 가지 형태의 ISA만 가입할 수 있다면 투자자 선택권을 제약하고 불편을 초래한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증권업계에 비대면 일임계약(온라인 가입)을 허용키로 하는 당근도 선물했다.
그동안 증권사는 1대 1 대면 계약으로만 일임형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현재 은행 지점이 7300여개인데 반해 증권사 지점은 1200여개로 접근성 면에서 증권사에 불리한 입장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에 일임형 ISA가 허용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전문성이 강화된 포트폴리오와 온라인 가입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일임업무 부담감 딛고 승부수
일임형 ISA가 은행에도 허용됨에 따라 은행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위는 내달 초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은행의 ISA 투자일임업을 추가하고 은행들의 투자일임업 등록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은행의 일임형 ISA는 이르면 다음 달 말께 시중에 선보일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임형 ISA를 손꼽아 기다려온 만큼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면서도 "증권사보다 늦게 일임형 ISA를 취급하게 되기 때문에 증권사와의 공정한 경쟁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은행의 고민은 이뿐만 아니다. 신탁계좌로 분류되는 ISA 특성상 은행들은 해당 계좌에 자사 예·적금을 편입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당시 은행들에게 자사 예·적금 편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가 불공정경쟁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은행들에게 자사 예·적금 편입을 허용하게 되면 자사 것만 추천하는 등 투자자 선택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으로서는 일임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타사로의 자사 예금 이탈 등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와 계열사 상품 위주의 ISA 특화 포트폴리오를 통한 시너지 효과, 수수료 수익 등을 노려볼만하는 것이 은행권 판단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전부터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직원 교육을 확대하는 등 준비해온 만큼 일임업무에 뒤처지진 않을 것"이라며 "두터운 고객층에 전문화된 포트폴리오와 마케팅을 통해 경쟁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