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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림 칼럼] -6화 내리 사랑

지병림소설가, 비행경력 10년차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K-MOVE 중동 해외취업 멘토, :「아랍항공사 승무원 되기」,「서른 살 승무원」,「매혹의 카타르」저자



#. 일반석 맨 앞줄에 앉은 아기엄마가 지나가던 내게 젖병을 내민다. 보나마다 젖병을 물로 한 번 헹군 다음, 따뜻한 우유를 채워달란 세세한 주문일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얼굴로 젖병을 건네받자 아기엄마도 미소로 화답한다. 화장실로 달려가서 젖병을 여러 번 헹군 다음, 우유를 알맞은 온도로 데워 젖병을 채운다.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엄마에게 달려가자 아이가 먼저 손발을 휘날리며 반색을 한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바구니에 누운 아기 손에 젖병을 쥐어주고서야 아기엄마는 본인 몫의 식사를 시작한다.

#. 맞은 편 창가에 앉은 또 다른 아기엄마는 6개월 난 딸아이를 손에서 놓을 생각이 없다. 누가 보면 닳기라도 할까봐 두 팔로 칭칭 감고 있다. 아기바구니도 한사코 사양한다. 제 손에서 아기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아기가 자꾸만 보채 식사할 엄두를 내지 못 하게 되자 겸연쩍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구니를 꺼내와 아기를 눕힌다. 엄마는 서둘러 식사를 시작한다. 나는 아기에게 말을 걸고 장난감도 흔들어주며 엄마의 시간을 벌어준다. 엄마는 어느 새 안심하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청한다.

#. 뒷줄의 6살 소녀는 동생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의 손을 덜어줄 만큼 혼자서도 잘 먹는다. 하지만 나는 소녀의 닭고기를 잘게 잘라준다. 포크로 고기를 집어 입 안에 넣어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벌린다. 허나 이내 뜨겁다고 성화다. 나는 얼른 물 잔을 집어주며 입가의 음식물도 닦아준다. 그 상황을 목격한 소녀의 엄마는 이내 웃음을 짓는다.

각기 다른 좌석의 아이들이 분명 내가 낳은 아이들이 아니다. 그런데 젖병을 비우고 방실거리는 것만 봐도 흐뭇하고 배가 부르다. 아기용품상자를 뒤져 여분의 기저귀와 이유식을 챙겨 다시 아이들을 찾아간다. 한 살림 챙기듯 아기엄마들은 넙죽넙죽 잘도 받는다. 기저귀 가방이 한층 부풀어 오른다. 내 마음도 뿌듯하게 부풀어 오른다. 내가 어릴 적 생선과 고기를 발라 주던 엄마의 손길이 되살아난다. 4만피트 하늘 위에서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못한 처녀의 가슴에도 내리 사랑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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