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의 공모가가 10만원 안팎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는 경영권 분쟁 및 일본 기업 이미지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만큼 공모가는 '비싸지 않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10만원 안팎 수준의 공모가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일반 투자자의 공모 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상장 주관사 측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 기업인 호텔신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비교적 큰 할인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9월 임시주총을 열어 종전 1만원이었던 주식 액면가를 5000원으로 낮춘 것도 낮은 공모가를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강하다. 액면가를 쪼개면 그만큼 주가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롯데그룹의 다른 핵심 상장사가 '황제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공모가는 한층 더 '투자자 친화적'이 될 전망이다.
공모규모는 롯데그룹이 전체 주식 수의 35~40% 수준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침체된 주식시장 탓에 호텔롯데가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증권업계 등 시장에서는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최대 20조원, 공모자금 6조∼7조원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평가가 쑥 들어갔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경쟁에서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은 사실도 공모가를 낮추는 위험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을 내주면서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주가도 지난해 7월 주당 14만원대에서 현재 반 토막 이하인 6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호텔롯데의 공모가도 약세장 영향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가 역대 최대인 삼성생명의 공모액(약 4조9000억원)은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톰슨로이터그룹 소속 매체 IFR은 호텔롯데의 공모가액이 30억∼50억달러로 추산돼, 지금까지 한국 IPO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0년 삼성생명의 공모가액(40억4000만달러)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롯데그룹은 초고가로 거래되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등 일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가 낮아지고 주식 물량이 늘어나면 개인 투자자에게는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