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때 아닌 담합 논란이 일고 있다. 5년여 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인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다. 담합으로 결론이 나기도 전에 은행들이 정말 담합을 한 것인 양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CD금리를 담합했다고 잠정 결론짓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공정위는 다음 달 초까지 은행들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결정한다.
2012년 1월 연 3.51%였던 통화안정증권 91일물 금리는 그해 7월 11일 연 3.22%로 0.29%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CD금리는 같은 기간 연 3.55%에서 연 3.54%로 0.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공정위는 유독 CD금리만 떨어지지 않은 것을 담합이라고 보고 2012년 7월부터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시작해 3년 7개월 만에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소비자단체는 공정위가 담합 의혹을 인정하자 소송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집단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정책에 따른 것일 뿐 담합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09년 말 CD를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CD 발행 축소를 유도해 왔다. 이에 은행권의 CD 발행 잔액은 2010년 50조원에서 2011년 33조원, 2012년 25조원으로 줄었고 2012년 신규 발행 규모는 2조원에 그쳤다. 발행물량이 줄면서 2009년 하루 5000억원이 넘던 CD 유통물량도 2012년 하루 수백억원대로 줄었다.
CD금리가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시장에서 사고팔려야 하는데 거래 물량이 없으니 타 금리에 비해 변동성이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공정위에 CD 발행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점과 CD금리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있었던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안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결과만보고 따질 문제가 아니다. 당시 금융시장 환경과 CD금리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죄가 있다면 죗값을 물리는 게 맞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