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미분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새학기 시작 전 통상적인 이사철이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창구는 썰렁하다. 원인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서다.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확 줄면서 대출 문의도 사라졌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올해 부동산은 공급과잉, 미분양 증가, 가격상승 피로감, 미국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쳐 있다. 지나친 대출 규제가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규제 이후 아파트 수요 급감
대출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었고, 매매는 물론 주택 수요가 줄면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도 꽁꽁 얼어 붙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이 7주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각종 개발 호재로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경기도 평택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2360가구에 달한다. 11월에 비해 1300여가구 늘었다. 화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성일대 미분양은 3617가구로 전월(2746가구)보다 1000가구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2013년 대출 한도를 늘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던 정부가 이제와서 대출받기 어렵도록 해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어 문의가 줄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부동산 거래세(취득세)를 낮추고 보유세(재산세)는 적정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의 주택 정책을 당장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6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를 2%에서 1%로, 9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인하한 것을 1%로 일괄 적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득이 늘어난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는 7월 종료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연장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지금 분위기에서는 대출 규제를 풀어도 매수세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주담대 심사 강화 이후 대출 증가세 둔화
이달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주담대 심사 강화에 따라 주택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주택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가계대출 잔액이 1200조원에 육박함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앞으로는 주택구입용으로 담보대출을 받으면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1년을 넘길 수 없고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 나가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달 1일부터 전면 시행됐고, 비수도권은 3개월간 추가 준비 기간을 두고 5월 2일부터 새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담대 심사가 강화된 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대출 상담창구는 한산한 모습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기 전부터 대출을 비거치·분할상환으로 유도해 왔다"며 "가이드라인이 당초 1월 시행예정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지난해 주택 구입을 서둘러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349조4955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349조493억원)보다 446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대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라며 "이달 대출 규모의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볼멘소리…"시장 침체우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주담대 심사에 대한 은행권의 엄격한 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은행들이 여심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중도금 집단대출에까지 잣대를 높이면서 그림자 규제를 양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주택시장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지난해 말 이후 주택금융 관련 규제가 가시화돼 불안심리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담대는 지난해 9월 기준 가계신용(1166조원)의 41.2%인 480조1000억원 규모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27%를 기록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 상환이 잘 되고 있는데도 2015년 2·2분기 이후 금융기관의 주택부문 대출태도가 급격하게 위축됐다"며 "주택마련을 희망하는 소비자의 자금지원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태도 강화기조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대출이 금융기관의 그림자규제를 받지 않도록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이뤄지는 중도금 집단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지만 정부가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유도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대출 규모가 줄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들의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선 현재 정책을 유지해 대출 관행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은 공급물량 조절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단대출 처럼 가이드라인의 적용 예외 대상에는 심사를 유연하게 하도록 은행권에 협조를 당부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상길·김보배 기자 boba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