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삼성전자는 오는 4월 28일까지 자기주식 보통주 210만주와 기타주 53만주를 각각 2조4675억만원과 5220억5000만원에 장내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취득이 완료되는대로 소각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차익실현을 위한 기회로 작용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4조원 가까이 처분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물량의 60%를 웃돈다.
호텔신라도 4월 28일까지 150만주,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규모로는 전체 유통 주식 수의 3.8% 수준이다.
#. 미원에스씨는 오는 5월까지 이익소각을 위해 자사주 1만주를 취득키로 했다. 취득 예정금액은 30억8000만원 가량이다. 미원상사는 5월까지 8000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연초부터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들어 자사주 취득공시를 낸 곳은 21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7개사보다 많다.
자사주 매입은 말 그대로 회사가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가 하락을 막거나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발전했다. 회사가 주식을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그에 따라 주당순이익과 주가가 높아질 수 있다. 회사가 매입한 주식을 소각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한국의 주주환원 정책은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단계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9년을 저점으로 자사주 매입이 꾸준히 증가했다. S&P500의 자사주 매입 금액(과거 4개 분기 합산)은 2009년에 1260억달러까지 감소했지만 2015년 3·4분기엔 5620억달러를 기록, 약 4.4배 증가했다.
같은 주주이익 환원 수단이더라도 기업엔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 매년 주주에게 배당이익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자금활용 면에서 더 자유롭다.
대우증권 김상호 연구원은 "한국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증가했고 이익이 증가한 기업 수도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면서 "미국과 같이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자사주매입은 주가측면에서도 호재다.
S&P500 기업 중 과거 12개월동안 자사주 매입비율이 높은 기업들(100개)로 구성된 S&P500 바이백(Buyback)지수와 25년간 배당금이 증가한 기업들(52개)로 구성된 S&P500 디비던드 애리스토크랫(Dividend Aristocrats) 지수는 2009년 이후부터 S&P500보다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2009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S&P500 연평균 수익률은 16.2%를 기록한 반면, 자사주 지수는 22.3%에 달했다.
S&P500 대비 월별 승률도 자사주 지수는 상승장 60%, 하락장 62%를 기록해 시장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