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로 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메르스가 내수시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소비재 기업들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둔화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조를 달성한 소비재기업들이 등장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기업들은 한정된 시장에서 다수의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다. 매출 1조원대 기업에 진입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14년 말 기준 매출 1조원 이상의 소비재 기업은 식품분야에서 농심, 매일유업 등 19개사였고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뿐이었다. 그만큼 소비재 기업에서 매출 1조의 의미는 남다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업초기부터 한우물을 파온 기업들이 불황을 뚫고 새롭게 1조클럽에 입성했다. 축산식품 전문기업 선진, '바른먹거리' 캠페인을 펼쳐온 풀무원식품과 화장품 OEM사 한국콜마. SPA 브랜드 유니클로 등이 새롭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한우물로 점유율 높인 선진·풀무원 식품
선진은 지난해 연 매출 1조 1000억을 돌파하며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창립 이후 44년만이다.
선진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면서 1조 매출을 일궈냈다. 현재 선진의 해외 매출은 2000억원 규모로, 총 매출의 약 20%에 이르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다. 2010년대부터 매년 15.7% 이상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선진은 특히 축산 배합사료로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베트남의 경우, 전년대비 135%, 필리핀은 120%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선진은 사료 외에 해외에서 양돈 계열화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풀무원식품도 지난해 1조 13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8년 지주회사인 풀무원에서 분할된 이후 8년만에 1조원을 넘어선 것. 풀무원식품은 30년간 웰빙 식품 외길을 고집해왔다. 바른먹거리라는 슬로건처럼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우면서 두부시장의 49%, 브랜드 달걀 시장의 20%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의 특성상 해외법인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한 덕에 매출 1조원의 신화를 썼다.
◆패션·뷰티 업계도 1조 기업 새얼굴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를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8월 회계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에서 전년보다 24.7% 신장한 1조116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SPA 브랜드 중 최초로 1조 매출을 돌파한 것이다. 유니클로는 '라이프웨어(LifeWear)'라는 콘셉트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친근함에 '히트텍(HEATTECH)'과 '에어리즘(AIRism)' 같이 혁신적인 소재를 앞세운 것이 한국시장에서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OEM(주문자부착표시), ODM(주문자자체상품개발) 전문기업인 한국콜마도 1조72억원, 영업이익으로 1조원 매출을 돌파했다. 한국콜마는 K-뷰티로 인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해외시장 확대와 제약부문의 고른 매출이 더해진 결과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에 이어 뷰티브랜드 가운데 세번째로 매출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