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고 자는' 업종 기업들이 자본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국내 최장수 브랜드 샘표는 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난다. 면세점, 호텔, 테마파크,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오는 5월께 증시에 상장한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설립 등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랜드 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킴스클럽과 뉴코아강남을 시장에 내놨다.
◆62년 장수 브랜드 '샘표' 지주사 전환
'샘물처럼 솟아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샘표식품. 샘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이다. 1954년 5월 10일 등록되었으니 62년이나 된다. 현재 특허청에 등록된 80만건이 넘는 상표 가운데 최장수다.
우리 귀에 여전히 익은 '맛을 보면 맛을 아는 샘표간장∼' CM송은 1961년에 첫 전파를 탔다. 55년이나 된 CM송이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샘표식품은 창립자 고 박규회 회장에 이어 박승복 회장(94)과 박진선 사장(66)까지 3대를 이어가며 간장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거침없이 달려온 샘표식품이 지주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지주회사 부문을 '샘표'로, 식품사업부문을 '샘표식품'으로 각각 분할키로 한 것. 분할비율은 존속회사인 샘표가 0.4860164, 신설회사인 샘표식품이 0.5139836이다. 분할기일은 오는 7월1일이다.
샘표식품은 "자회사 지분의 관리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부문과 식품 제조, 가공 및 판매를 담당하는 식품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함으로써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해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승복 회장은 '장수경영의 지혜'라는 회고록에서 "'가족을 위해 정성으로 장을 담그는 어머니의 마음가짐 처럼'이란 원칙이 장수기업의 바탕이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주의 마음을 헤아리는 또 다른 어머니의 마음을 기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호, 호텔 상장으로 위기 돌파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도 2016년 증시에서 뜨거운 감자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호텔롯데가 증시 문턱 직전까지 왔다. 공모가가 10만원 안팎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10만원 안팎 수준의 공모가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일반 투자자의 공모 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상장 주관사 측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 기업인 호텔신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비교적 큰 할인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9월 임시주총을 열어 종전 1만원이었던 주식 액면가를 5000원으로 낮춘 것도 낮은 공모가를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강하다. 액면가를 쪼개면 그만큼 주가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호텔롯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이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최대 20조원, 공모액을 6조∼7조원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평가가 쑥 들어갔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어 2조원 이상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반토막 난 호텔신라의 주가도 악재다.
공모가 하락으로 기대만큼 충분한 자금이 모이지 않을 경우 호텔롯데의 해외 진출 전략과 7조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그룹 지배구조 조정도 차질을 빚게 된다.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들도 잇따라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초고가로 거래되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등 일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가 낮아지고 주식 물량이 늘어나면 개인 투자자에게는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랜드, 킴스클럽·뉴코아 강남 매각
이랜드그룹도 인수합병(M&A)시장을 달구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킴스클럽 영업권과 매장 장기 임대권을 매물로 내놓은 것에 이어 뉴코아 강남점까지 매물 명단에 포함했다. 현재 적격 인수후보 3곳을 선정한 상태다.
예상과 달리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같은 국내 굴지의 '유통 공룡' 중 한 곳이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 초기 이랜드그룹과 비밀유지확약을 맺고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곳은 40여곳으로 지난 18일 열린 킴스클럽 매각 예비입찰에 10여곳이 입찰 의향을 밝히는 등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킴스클럽은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이랜드리테일의 51개 유통 점포 중 37개점에 입점한 대형할인점으로 식료품과 공산품을 주로 판매한다. 시장에서는 연매출 1조원 규모의 킴스클럽 영업권과 각 매장 장기 임대권, 뉴코아 강남점이 더해지면서 전체 매각가가 2조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