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래소들이 합종연횡과 기업공개(IPO)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핵심으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자동폐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런던 증시를 운영하는 런던증권거래소(LSE Plc)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를 운영하는 도이체뵈르제(Deutsche Boerse AG)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의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 예고되고 있는 것.
하지만 한국거래소 IPO를 위한 자본시장법 통과 등 숙제가 여전하다. 2014년 기준 한국거래소(KRX)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로 싱가포르SGX(35%) 대비 10분의 1, 홍콩HKEx(24%) 대비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거래소와 합종연횡에 참여하기 위해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경쟁자들에 비해 한참 뒤처진 탓이다.
지난 2009년 이후 6년간 공공기관에 편입됐던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해외 거래소 지분 인수 등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IPO가 이뤄지지 않아 맞교환할 지분이 전무했고 손에 쥔 투자금도 거의 없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얼마전 중국 상하이거래소에 업무협약을 하러 다녀왔는데 이미 런던·모스크바거래소와 오래전부터 접촉해 왔더라"며 "이런 속도를 따라가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인 거래소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최 이사장이 이렇게 절박한 심정을 내비친데는 거래소가 이대로 가다간 변방의 구멍가게로 전락 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글로벌 거래소는 일찍부터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IPO도 마쳤다. 도이체뵈르제(1993년)와 싱가포르거래소(1996년)를 시작으로 런던증권거래소(LSE), 뉴욕증권거래소(NYSE), 홍콩거래소(HKEx), 호주거래소(ASX), 일본거래소가 2000~2007년 지주회사 형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들 대다수가 2000년대 초까지 IPO를 했다. 2013년엔 일본거래소가 IPO를 마쳤다.
IPO로 자금력이 뒷받침 되자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한국거래소도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해외 거래소 M&A ▲상장 컨설팅업체 설립 ▲코스콤 산하 정보기술(IT) 회사 설립 등의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현재 운용할 수 있는 내부 현금이 2000억원에 불과해 강건너 불구경 하듯 남의 잔치를 바라보는 실정이다.
ICE, LSE, CME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금융IT 정보회사로 사업구조도 바꿔나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원은 "산업의 혁신은 프로세스 혁신에서 플랫폼 혁신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모헙자본 활성화와 노후소득 증대라는 자본시장의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해다.
이어 "이를 위해 지주회사 체계로 신속히 전환, IT정보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