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계좌이동제 시행…영업점·인터넷서 계좌이동 가능
패키지·특화 상품 마련…우대금리·수수료 면제 혜택 제공
'만능통장' ISA와 시기 맞물려…은행 간 마케팅 경쟁 치열
금융소비자가 휴대폰 통신사를 바꾸듯 주거래 은행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인터넷을 잘 몰라도 은행 영업점에서 주거래 계좌 변경이 가능해 진다. 시중은행들은 이탈고객을 막고 장기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주거래 특화상품을 내세우며 무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주거래 계좌 이동을 돕는 계좌이동제 제3단계 서비스가 26일 시작된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로 자동 연결해 주는 제도다.
◆본격적인 800兆 '머니무브' 예고
지난해 7월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 통합관리서비스인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에서 통신·카드·보험료 등 자동이체 내역을 조회하고 해지할 수 있는 1단계 계좌이동제가 시행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자동이체를 정보를 다른 계좌로 변경할 수 있는 2단계 서비스가 도입됐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2단계 시행 첫날 페이인포 접속자는 20만명으로 이 가운데 2만여명이 계좌를 변경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11월부터 현재까지 자동이체 변경·해지 건수는 일평균 약 5000~6000건에 그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지난해 기준 자동이체 건수는 26억건 이상, 금액은 800조원에 달한다. 금융권은 계좌이동제 3단계가 시행되면 본격적인 '머니무브(money move·자금대이동)'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단계부터는 통신·카드·보험료 등 자동이체뿐 아니라 모임 회비, 월세 납부와 같은 정기적인 '자동송금' 거래도 바꿀 수 있게 된다. 또한 페이인포에서 제공되던 변경 서비스가 은행 영업점 창구와 각 은행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확대 시행된다.
계좌이동제 4단계가 시행되는 오는 6월부터는 통신·카드·보험은 물론 학원 등 모든 업종에서 자동납부 계좌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패키지 상품으로 혜택을 더하다
시중은행들은 계좌이동제가 주거래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자 장기고객을 타사에 빼앗길 수 있는 위기로 판단, 주거래 특화상품을 내걸고 고객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거래 통장과 카드, 적금, 대출까지 총 6개의 상품으로 구성한 'KB ONE컬렉션'으로 고객 공략에 나섰다.
우선 'KB국민ONE통장'은 공과금 또는 KB카드 결제가 1원이라도 발생하면 최대 6개 항목의 수수료를 무한 면제해 준다. 'KB국민ONE카드(신용·체크)'는 전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KB국민ONE통장으로 이용 시 추가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신한은행은 주거래 통장과 카드, 적금, 대출 상품을 묶어 '신한 주거래 온(溫) 패키지'를 선보였다.
수수료와 금리우대 혜택을 가족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급여이체·신한카드 결제실적·공과금 자동이체·입출금통장 평균잔액 30만원 이상'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거나 가족이 나눠 4가지 요건을 충족할 시 수수료 면제, 금리우대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주거래 고객에 대한 혜택을 늘린 입출식 통장과 카드, 대출 상품을 한데 모아 '우리 웰리치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선보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주거래 통장과 적금, 대출 상품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으로 혜택을 늘려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각사 제공
'우리 주거래 통장'은 주거래 요건 충족 시 수수료를 월 최대 15회까지 면제해주고 미사용한 면제횟수를 다음 달로 이월해 유효기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주거래 카드'는 6개월 동안 300만원 이상 사용 시 연간 3만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소득은 없지만 본인 명의 통장에서 자동이체가 발생하는 주부 등은 '우리 주거래 신용대출'을 활용해 별도의 제출서류 없이 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고객별 맞춤형 특화상품 '눈길'
KEB하나은행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주거래 통장에 카드, 적금, 대출을 묶은 '새내기 직장인 주거래우대 패키지' 상품을 마련했다.
'행복노하우(knowhow) 주거래 우대통장'은 급여이체 및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이용 시 금융거래 수수료를 무제한으로 면제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도 주거래 통장과 적금, 대출로 'NH주거래 우대 패키지'를 구성해 출시했다. 'NH주거래 우대 통장'은 주거래 조건 충족 시 최대 연 2.0%까지 금리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자동화기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무제한으로 면제해 준다. 'NH주거래 우대 적금'은 분기당 3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적금 상품으로 최대 36개월까지 가입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주거래 고객을 잡기 위해 패키지 예금상품 'IBK 평생 한 가족 통장'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입출식·적립식·거치식예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거래 조건이 각종 금융 수수료 면제, 환전 및 송금 7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달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함께 주거래 고객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고객 중심의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