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는 40대 신인 감독들의 활약이 빛났다. 이들은 조용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면서 정규 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2015-2106 KCC 프로농구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주 KCC의 추승균(42) 감독, 그리고 프로배구 NH농협 2015-2016 V리그 우승을 확정한 현대캐피탈의 최태웅(40)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추승균 감독은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대전 현대와 KCC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12년 은퇴한 뒤 2012-2013시즌부터 KCC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허재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고 올 시즌부터 정식 감독이 됐다.
현역 시절 추승균 감독의 별명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였다.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수비 등 견실한 플레이로 팀의 많은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된 뒤에도 현역 시절과 같은 '소리 없이 강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5월 정식 감독으로 선임된 추승균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 맡아서 부담된다"며 "일단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경기야 선수들이 뛰는 것이지만 감독이 잘하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소리를 내면서 강한 팀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선수와 코치 생활을 모두 KCC에서 한 만큼 팀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추승균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뒤에서 묵묵히 이끌어왔다. 전임 허재 감독이 만든 팀 전술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음으로써 선수들의 적응력과 조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에게 정확한 핵심만을 전달하는 소통 중심의 리더십도 그의 강점으로 손꼽힌다.
현대캐피탈에 7년 만에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안겨준 최태웅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선수들과 함께 현역에서 뛰던 '형'이었다. 현역 선수가 코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최태웅 감독이 처음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스피드 배구'를 내세웠다. 공격할 때 모든 선수가 유기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또한 구단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최 감독은 선수들이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경기의 고비마다 선수들을 야단치고 윽박지르는 대신 다독이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지난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3세트 22-23으로 뒤지고 있을 때 최태웅 감독이 작전 타임을 통해 선수들에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며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봐라. 이길 수 있다"고 말한 일화는 그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최 감독의 리더십 아래에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신명나는 경기를 펼쳤다. 16연승으로 남자 프로배구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운 것도 이런 최태웅 감독의 리더십이 만든 결과였다.
최태웅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최초의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올해 만 40세인 최태웅 감독은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역대 최연소 사령탑이 됐다. V리그 출범 이후 선수와 감독으로서 정규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한 사람도 최태웅 감독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