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광중씨(35·가명)는 금 값이 바닥이란 말을 듣고 은행 창구를 찾았다. 판매 직원이 추천한 상품은 이머징아시아에 투자하는 파생펀드. 수익률이 상당하다는 자랑이 이어졌다. 상품 설명을 듣고 가입 서류를 작성하던 김씨는 "이 펀드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거죠?"라고 물었다가 의외의 답을 들었다. 직원이 "해외주식투자 비중이 낮아 세금이 붙는다"고 알려준 것이다. 김씨는 비과세 되는 해외주식형 펀드로 마음을 돌렸다.
김씨가 기다리는 비과세 해외펀드 상품이 29일부터 부활한다. 지난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신규 펀드에 가입할 경우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세금을 줄이는 '세테크'로 제격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펀드에, 언제 가입해 어느 시점에 환매하면 가장 성공적인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발품 파는 만큼 절세가
'싸게 사면 잘 팔 수 있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직접투자에서 주식을 싸게 사는 게 중요한 것처럼 펀드도 싼 시점에 가입할 수 있다면 이미 투자의 절반은 성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싼 시점을 찾기란 힘들다. 이런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자산 흐름과 재테크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바로 지금 가입하라'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장기 추세와 자금 흐름, 경제인구 구성과 주식시장의 질적 변화를 고려할 때, 머지않아 바닥을 탈출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펀드가 가장 좋을 지는 시장 흐름과 투자자의 자금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비과세 되는 펀드 내에서도 채권형이 많이 들어간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유용할 수 있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별로 맞춤 선택을 해 펀드 유형을 우선정해야 한다.
자금 성격에 따른 펀드 유형을 선택했다면 해당 유형 펀드 가운데 특정 펀드를 골라야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펀드 평가사들이 분석해 놓은 펀드 평가 자료. 에프앤가이드, 제로인, 한국펀드평가 등 펀드 평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업계는 "운용사별로 대표 펀드로 꼽고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펀드 선택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떤 혜택이 있나
지금까지 해외주식펀드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매매 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냈다. 환차익도 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29일부터는 주식매매·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과세 대상이 되는 해외펀드는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상품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가입할 수 있다. 납입한도는 3000만원, 비과세 혜택은 가입 시점부터 10년까지 주어진다. 한도 내에서 여러 펀드에 나눠 투자해도 된다.
운용사들도 고객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 38개 자산운용사가 310개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를 출시한다.
이번에 출시하는 펀드 310개를 투자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인도·아시아 등 신흥국 투자가 191개 ▲일본·유럽·미국 등 선진국 68개 ▲글로벌 투자 26개 ▲섹터펀드 25개 등이다.
운용방식별로는 해외상장주식투자가 279개, 재간접펀드 31개다.
기존에 운용중인 펀드를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로 전환 출시한 것이 대부분(286개)이며 신규펀드 설정은 24개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상장지수펀드(ETF)도 10개 포함됐다.
지난 2007년 이후 9년여 만의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출시에 금융투자업계는 정체된 국내 펀드 시장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번 해외펀드 세제혜택 적용 직전 공모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는 158개였지만 세제혜택이 종료된 2009년 말에는 429개로 늘었고 판매잔고는 19조5000억원에서 50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신동준 본부장은 "지난 2007년과 달리 해외상장주식 매매·평가 손익과 함께 관련 환손익을 비과세하고 비과세 기간이 충분히 길어 장기 투자의 좋은 대안으로 평가된다"며 "부동산에 치우친 가계 자산 구성이 금융자산으로 이동·정상화되는 계기로 작용하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턱대고 가입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가입 이후 10년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므로,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섹터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2년간 2~3개의 펀드에 가입 한 후 시장 상황과 전망에 따라 투자 금액을 리밸런싱(재조정)해야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