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홀딩스(옛 만도, A+ 등급)가 지주회사 전환 후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 사실상 실패했다. 1년 6개월짜리 회사채 500억원, 2년 2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 각각 380억원, 18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SKC(A0)도 5년 물에서 200억원어치가 미매각됐다. SKC는 400억원 규모의 5년물 회사채 슈요예측에서 잘반이 미매각된 것이다.
신용등급 A급 회사채가 시장에서 여전히 '찬밥'신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TX와 동양그룹 기업어음(CP)사태 등으로 기관투자가들이 AA급 이상 초우량 회사채 투자에만 열중하면서 A급 회사채들은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웠다면, 올해는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와 구조조정, 글로별 경기 불안 여파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빚 더미에 앉아 사실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A'급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A등급 회사채 미미각률 7.4%로 급등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동부증권에 따르면 2월 신용등급 'A'급 회사채 미매각률은 7.4%로 전달 보다 상승했다. 지난 1월만 해도 0%였다.
A급 미매각은 1월 말 LS전선 200억원, 2월 들어 SKC 5년물 200억원, 한화케미칼 5년물 130억원, 한솔제지 3년물 80억원 등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1월 160%에 달했던 유효응찰률도 2월 117%로 뚝 떨어졌다.
동부증권 박정호 연구원은 "'A'급 기업들의 수요예측 규모가 건당 500억원 내외로 작은 가운데 유효응찰률도 그리 높지 않아(2월 117%)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발행금리 측면에서도 2월 중 대성홀딩스를 제외하면 모든 업체가 개별민평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발행스프레드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 기준으로 BBB- 이상부터 A+등급의 회사채는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국내보다 등급 산정 기준이 까다로운 글로벌 등급을 적용하면 대부분 BB+ 이하로 평가되는 '투자부적격'으로 간주돼 고수익 회사채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 구조조정도 부담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작업도 부담이다. 마재열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장은 "불안정한 거시경제 여건과 산업구조, 사이클상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며 "실적 모니터링 방향은 개선보다는 방어 여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기평이 분석한 올해 산업별 등급전망을 보면 '긍정적'인 업종은 한 곳도 없고, '안정적'인 업종은 항공, 음식료 등 21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호텔, 해운, 조선, 건설, 발전 등은 등급전망이 '부정적'이어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업환경 측면에서 '우호적'인 업종으로는 항공이 유일했고 음식료 등 15개 업종의 사업환경은 '중립적'으로 평가됐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나머지 10개 업종은 '비우호적'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 가운데 해운, 조선, 건설, 발전 등 4개 업종은 등급전망도 '부정적'이어서 올해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한기평은 예상했다.
부진한 실적도 걱정이다. IBK투자증권 유욱재 연구원은 "'A'급 회사채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면서 "업종상 업황 부진 양상이 지속돼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되는 업종이 'A'급에 상당수 있다"고 지적해다. 일부 한계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잠재된 상황에서 4분기 실적 발표 등으로 장기 부진업종에 대한 경계감이 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차환발행이 쉽지않아 자산유동화 등 대체조달 수단을 모색했지만 이마져도 여의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급전이라도 빌려써야 할 형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