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의 브랜드 만들기 4편- 마켓오 Market O 1부
대한민국에 퓨젼(fusion)열풍을 일으켰던 '궁', 면을 재해석해 국수로도 얼마든지 캐주얼 레스토랑까지 승급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호면당'에 이어 새로운 카테고리를 찾던 나에게 당시 영국에서 시작된 오가닉열풍은 너무나 흥미진진한 학습거리였다.
당시 유기농에 대한 상식이 전무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없는 식물을 유기농이라고 총칭한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기도 했다. 유기농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은 재배자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부여되는 아니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최소 3년~5년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 외에도 그 농사를 짓는 자신의 농토 반경 1㎞내에서도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같이 여름이 습해 병충해가 많은 곳에서의 유기농작물 재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고산작물인 메밀이나 특수야채 같은 것만이 유기농으로 유통됐고,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맛없는 것=유기농'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마켓오 매장도 유기농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공적인 느낌을 배제했다.
그럼에도 나는 유기농의 가능성을 보고 그 철학을 실현해보자 마음먹었다. 처음 기획 때부터 레스토랑, 제품, 유통까지 함께 포괄할 수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마켓'(market)이란 단어를 선택했고, '오가닉(organic)'의 첫 글자인 'O'이자 건강에 좋지 않은 어떤 것도 쓰지 않고 맛의 만족도는 꽉 채우겠
다는 의미의 숫자 '0'을 조합해 많은 의미가 담긴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Market O'가 탄생했다.
마켓오 매장의 테라스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살려 오가닉레스토랑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마켓오 레스토랑의 메뉴 개발은 유기농 재료와 저칼로리 음식을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많은 사람들은 칼로리만이 살과의 전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칼로리보다 중요한 것은 영양 밸런스와 어떻게 생성된 칼로리인지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식 메뉴에서의 가장 큰 숙제는 탄수화물과의 싸움이었다. 당시부터 흰쌀과의 전쟁과 지방을 줄이기 위해 우유로 만드는 생크림 대신에 두유나 요거트 크림을 만들어 사용했고, 튀김요리 대신 굽거나 쪄서 칼로리를 줄였다. 최고의 히트 메뉴는 보리 섞은 밥을 케일과 호박잎에 싸서 쌈장과 함께 내오는 '그린랩 오니기리(Green Wrap Onigiri)', 흑미잡곡밥을 호박에 채워내 오는 'Special 오곡찰밥'이었다. 당시 마켓오 앞에는 대형 휘트니스센터가 오픈하며 몸
짱 열풍과 더불어 마켓오는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당시 2층에 있던 마켓오는 맛있고 건강한 식당이라는 인지도가 쌓여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는 명소가 됐다.
이제 식품사업의 미래는 농업에 달려 있다. 식품 시장은 더이상 유통업자의 시장이 아니다. 건강하고 좋은 바른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공급자의 시장이다. 명품의상과 자동차 등 보여지는 상품이 그의 신분이 되는 그런 1차원적인 세상은 끝났고, 그가 먹는 식품이 삶의 질의 척도가 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 그가 쉬는 여가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그런 시대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유행의 키워드와 카테고리를 어떻게 선정하느냐고 질문한다. 나는 궁극에는 진짜만이 살아남는다는 철학으로 그 방향을 향해 진화하며 걷고 있을 뿐이다. Market O는 기획 때부터 지금까지도 내가 꿈꿔온 브랜드의 이상이 오롯이 담겼다. 그리고 맛있고 건강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내 결심도 아직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