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KRX, 구글 이미지,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유로존의 브렉시트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불투명한 경기라는 먹구름이 여전히 증시 주변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3월 증시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도 아직은 차갑다. 여전히 박스권에 머문다는 전망이지만 지수 상단이 2000을 맴돌던 예전과 달리 1867~1993까지 낮아졌다.
◆코스피, 꽃샘추위 이겨낼까
꽃샘 추위가 만만치 않다. 3월 증시도 봄 바람보다 꽃샘 추위가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유가하락과 은행권 투자손실 우려 확대, 중국의 과도한 신용팽창에 따른 불안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주가급락에 따른 경기전망 및 원유수요 불확실성이 커지며 2월 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2%(21일 기준) , 브렌트유는 13% 가량 하락했다.
지난달 16일 사우디·러시아·베네수엘라·카타르 4개국은 산유량을 1월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바클레이즈는 "4개국의 원유생산량은 이미 최고치이며, 동결합의는 감산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S&P 500 에너지 부문 기업들의 수익성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은행권의 투자 손실도 확대되고 있다. 도이치방크는 지난해 68억유로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스톡스(EuroStoxx) 600 은행지수의 주당 순이익은 지난 2014년 7.8유로에서 지난해 9.6유로 떨어졌다. 일본 토픽스 은행지수 주당순이익은 2013년 2193엔에서 지난해 19.5엔을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 강봉주 연구원은 "베일인(Bail-in·채권자 손실부담제도)에 따른 채권자 손실 분담, 저유가·신흥국 불안, 정책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등으로 향후 대은행 투자손실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표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과도한 신용팽창도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기업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부채 확대로 기업, 은행, 신용보증기관으로 이어지는 연쇄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S&P는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중소기업 및 국유기업 디폴트 가능성 증가로 신용보증 회사로의 리스크 전이가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안정에 대한 시장 신뢰가 훼손되고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경우 중국 내 자본유출 압력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대외 불안요인 증대에 따라 3월 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KDB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작년 8월 세계 증시 급락 때와 비교하면 현재 거시경제 상황은 주식 시장에 더 부정적"이라며 "지금은 신흥국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유럽 등의 제조업 경기도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강봉주 연구원은 "2월 중순부터 금융시장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지만, 유럽·일본의 주가 반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브렉시트 등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고 있어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저 1800…최고 2020선
증권가가 예상하는 3월 코스피지수의 예상밴드는 1800~2020선이다.
KDB대우증권의 한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도 거시경제 환경 악화를 반영,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3월 코스피가 1800에서 196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1850~1950 사이에서 전강후약(前强後弱)의 패턴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곧 열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정책 이벤트에 대해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를 확인하는 계기로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안도랠리의 정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수출주와 가치주, 배당주를 꼽으면서 "수출주와 가치주는 환율효과와 하락 변동성에서 안정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로 1870∼2020선을 제시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코스피는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다 2월에 드디어 소폭이지만 월간 단위로 보합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아직 불안감은 잔존하나 조만간 시장에 모종의 변곡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실제로 모멘텀 공백기였던 2월과 달리 3월에는 정책 이벤트가 상당히 많다"며 "5일에는 중국 전인대가 개막하며 7일에는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 연설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월은 눈높이를 높여 대응해야 한다"며 "비바람은 지나갔으며, 이제는 시장의 공포를 역으로 이용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3월엔 주요국의 재정정책 이벤트가 몰려있다. 중국 양회(3월 5일~12일), ECB 회의(3월 10일), BOJ 회의(3월 14~15일), FOMC(3월 15~16일) 등이 연달아 열리며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