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원-달러 환율 레벨별 외국인 누적 순매수자료=와이즈에프앤, BNK투자증권
한국 증시를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머니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3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쓸어 담고 있지만 투자 주체(외국인)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양새이다. 전문가들은 이머징 시장으로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환율·실적 등 펀더멘털 요인이 약해 추가 매수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 추가 매수 나설까
대신증권은 7일 외국인 현물 매수 여력을 1조9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는 대형 이머징 펀드내 한국비중이 2010년 평균수준까지 채워 진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선물 매수 여력은 약 7696~1만4603계약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의 성격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 프로그램 매수, 유럽계 자금 유입 가능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선물옵션 동시 만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가 예정된 오는 10일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펀더멘털과 환율이다.
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50곳의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9조2335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1.33% 감소했다. 매출은 398조3506억원에서 397조6275억원으로 0.18%만 줄었다.
환율 측면에서의 순매수 유인은 약하다. 경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이상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강했다.
BNK투자증권 김경욱 연구원은 "환율의 방향성을 본다면 향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나타나야 증시 수익률 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캐리 트레이드성 자금 유입 가능성도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언제쯤 코스피가 다시 2000선을 뚫을 지에 관심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 2월 저점에서 6% 가량 반등하며 1950선을 회복했다"며 "추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본격적인 상승은 3월 FOMC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유예하고 4월 인상 가능성도 낮춰준다면 3월 이후 1~2개월은 편한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펀더멘털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기대, 투자 심리 개선을 바탕으로 한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재·산업재 등 주목
외국인 추가 매수 여력이 높은 종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영증권 정동휴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올해 순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소재, 산업재 업종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이들 업종은 컨센서스가 개선되고 있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이 저평가, 가치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는 1월 말 대비 3.3% 상승했다. MSCI 전세계 지수를 아웃퍼폼 한 섹터는 소재(13.0%), 에너지(6.2%), 산업재(6.0%), 통신(3.6%) 등이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글로벌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고려하면 해당 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