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감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광고 마케팅에 '1등', '선도하는', '최고'와 같은 수식어 대신 '신뢰'와 '믿음', '친근함'을 이미지화해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KB금융이 후원하는 봅슬레이 팀이 국제 대회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는 과정을 담은 '기적의 여정' 영상 일부./KB금융 제공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 누리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다. 바이럴 마케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이승기와 김연아가 출연하는 'KB ONE 컬렉션' 광고를 유튜브에 공개하며 바이럴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10만 조회 수를 넘긴 데 이어 김연아의 일본 팬이 일본어 자막으로 자체 바이럴하는 등 국제적인 호응을 얻었다.
가장 크게 히트한 것은 KB금융그룹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하늘같은 든든함, 아버지'다. 특정 유명인을 내세우지 않고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해 아버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으로 공개 23일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KB금융이 후원하는 봅슬레이 팀이 국제 대회 우승을 거머쥐는 과정을 담은 '기적의 여정'이 공개 2주 만에 500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호응을 얻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계좌이동제 3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고객이 손쉽게 주거래 은행을 바꿀 수 있게 되면서 과거 '충성고객'의 개념도 무색해지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바이럴 마케팅은 고객이 주도적으로 은행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렇게 유입된 고객의 충성도 또한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특정 상품이 아닌 '브랜드'를 홍보한다. 기존 매체의 상품광고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반면 장기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와 '위비톡' TV광고 캡쳐화면./우리은행 제공
이와 달리 TV광고에선 유명인을 활용해 브랜드나 상품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통적인 광고기법의 마케팅이 여전히 인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유재석의 개그와 댄스를 녹여낸 '위비톡' TV CF를 공개, '유재석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재석은 15초 분량의 '아들'편 위비톡 CF에서 은행에서 나온 톡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며 "그런 톡이 있으면 내가 네 아들이다!"라고 소리친다. 이어 유치원생을 연기하며 '위비톡송'을 부르면서 메시지 회수, 귓속말, 펑 메시지 등 다른 메신저와는 차별화된 기능을 소개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톡은 출시 당시 카카오톡이나 라인처럼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존재했다"며 "위비톡의 다양한 기능을 알리는데 국민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유재석씨 이미지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류현진 선수를 모델로 '힘내라 대한민국' CF를 선보였다. 가수 이선희 씨가 직접 부른 응원가의 '어려울 때 네 곁을 지켜주는 내가 있어. 대한민국 행복의 날까지 힘내라 코리아~'라는 가사와 어깨 수술 이후 재활에 힘쓰며 재기를 꿈꾸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모습이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