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에 3연패 끝에 기적 같은 첫 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앞서 12일 열린 3국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번 대국은 5판 3승제로 진행되는 만큼 남은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은 알파고 차지가 됐다.
알파고와 처음 맞붙은 1국에서 이세돌은 초반부터 판을 풀어가지 못하다가 알파고의 승부수에 허를 찔려 불계패를 당했다. 2국에서는 알파고의 변칙수에도 안정을 유지하는 차분한 스타일을 선보였으나 촉박한 시간과 알파고의 끝내기에 밀려 또 다시 항복을 선언했다.
이세돌 9단은 "나의 바둑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처럼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거친 몸싸움을 유도했다. 전투적인 바둑을 두던 10대 이세돌 9단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알파고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로 이세돌을 제압했다.
그럼에도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3국을 마친 뒤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이세돌 9단은 "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아직은 완벽히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분명히 약점은 있는 것 같다"고 패기를 꺾지 않았다.
그 패기처럼 이세돌 9단은 마음을 비우고 4국에 나서 마침내 첫 승을 차지했다. 승부 중반부터 이세돌의 승기가 확실시 됐다. 이세돌은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작전을 펼쳤다.
특히 이세돌은 78수로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묘수를 날렸다. 이에 알파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의문의 수를 남발했고 결국 형세는 이세돌 쪽으로 기울게 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SNS를 통해 79수때 70%였던 승률이 87수때에는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패색이 짙어진 이후에도 30여 수를 더 뒀지만 도저히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나오지 않자 이세돌의 180수가 놓인 후 항복 선언을 했다.
이날 대국 초반 알파고는 사흘 전 열린 제2국과 똑같이 포석을 펼쳤다. 11수까지 2국과 똑같은 '흉내 바둑'을 하던 알파고는 이세돌이 백 12수로 한 칸 벌림이 아닌 중앙 입구 자로 대응하자 수순을 바꿔 하변을 차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알파고가 "이기는 전략에 일정한 패턴이 정해진 것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세돌 9단의 첫 승은 인간이 인공지능에 완전히 제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알파고에 대해 "완벽한 계산으로 '이기는 바둑'을 둔다"며 이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끝내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