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사외전'과 SBS 드라마'리멤버-아들의 전쟁(리멤버)'에서 연이어 변호사 역할을 했지만,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 배우 박성웅을 만났다. '아재개그(썰렁하고 실없는 개그, 말장난)'를 좋아하는 털털한 옆집 삼촌 같다가도 연기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박성웅은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일호 그룹을 무너뜨리는데 큰 보탬이 된 박동호 변호사를 연기했다. 서진우(유승호)에게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같은 존재였으며, 악역 남규만(남궁민)과는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리멤버'의 대본 1,2부를 부산영화제 폐막식 끝나고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봤어요. 공중파 드라마 출연이 5년만이라 부담이 됐죠. 그런데 대본을 한장 한장 넘기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이거다!'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그렇게 출연하게 됐죠."
박동호는 조폭 출신 변호사로 기존의 단정한 변호사 이미지와 다르다. 컬러풀한 옷을 입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등장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품 시작하면서 목표는 하나였어요. '어차피 경상도 분들한테는 사투리 인정을 못받을 거다. 하지만 타 지방 사람들에게는 꼭 경상도 사투리로 들리게 하자' (웃음) 결과적으로 사투리 연기에 만족해요. 아는 후배가 부산 사람이라서 대본 녹음파일을 보내줬거든요. 항상 듣고, 대본에는 저만의 악보를 그려가면서 연기했죠. 사투리에 진짜 신경 많이 썼어요. 그리고 패션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가 직접 고른 건 아니지만, 코디한테 '가져올 수 있는 의상 중 가장 총천연색으로 골라 갖다달라'고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이게 어울릴까 반신반의 했는데 은근히 잘어울리더라고요."
가벼운 캐릭터 같지만, 아픔이 있는 캐릭터다. 극 중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이나 잃었다. 일호그룹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고, 아버지같이 자신을 보듬어주던 조폭 석주일(이원종)도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그가 제일 슬퍼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진우가 기억을 잃고, 자신을 못알아보는 장면이었다.
"드라마 중후반부터는 촬영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던 것 같아요. 20부 대본을 받았을 때는 대본만 봐도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더라고요. 메이크업을 받을 때도 눈물이 나서 애먹었어요. 촬영 들어가서 아직 울면 안되는데 참아도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20부에서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연기'였다고 말하고 싶어요."
끝까지 악역이었던 남규만은 극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반성없이 끝난 결말에 대해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는 "시청자에게 짜릿한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 시켜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며 "드라마에서 남규만과 서진우 모두 박동호한테 반말을 하는데 서진우가 하는 반말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못된 캐릭터가 반말하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유승호는 촬영장에서도 정말 착하고 조용한 후배예요. 리허설조차 실제 연기처럼 임해서 같이 호흡맞추다보면 감정이 울컥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쉴 때 '아재개그'를 해도 늘 웃어주는 건 승호뿐이었어요.(웃음)"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20.3%(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많은 사랑받을 수 있던 건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기 때문 아닐까요?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친해서 합도 잘 맞았고요. 애드립을 치면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캐릭터가 살고, 해당 장면이 재미있게 나오거든요. 배우간의 케미가 좋았어요."
영화 '신세계' '살인의뢰'에서 악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한 그는 2016년 '검사외전'과 '리멤버'를 통해 든든한 조력자의 옷을 입었다. 선과 악 두 가지 얼굴이 공존하는 배우로는 으뜸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로버트 드니로처럼 다양한 면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인간 박성웅은 한명이지만, 배우 박성웅은 수십, 수백명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올해 상반기 첫단추를 잘 끼운 것같고, 하반기까지 바쁘게 쉼없이 달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