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이 구속된데 이어 개성공단 가동중단 후폭풍까지 패션업계를 강타했다. 또 패션업계의 블루오션으로 통했던 아웃도어시장도 몇년째 성장이 둔화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패션업계 이른바 삼재(三災)에 직면한 셈이다. 패션기업들은 삼재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신원 부자 동시 구속 면할까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파산·회생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행사,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박성철(75) 신원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열린 2심 첫공판에서 박 회장측은 의도적으로 재산을 은닉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차남 박정빈 부회장(43) 횡령사실에 대해서도 후 인지해 차명재산으로 변제한 것일뿐 증여세를 포탈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 역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패션업계 대표 중견기업인 신원그룹의 오너 부자가 동시에 구속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10여년 전 일어난 사건에 뒤늦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가뜩이나 위기에 직면한 패션기업들을 위축시길 수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부자가 동시에 구속될 전례가 없지만 검찰이 수백억원을 횡령한 대기업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다"며 "당시 경영권을 찾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지만 부실 계열사를 회생시키는데도 박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신원이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도록 부실 계열사를 정상화시켜 매각할 수 있는 기반을 오너일가가 제공한 측면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신원은 이미 많은 손실을 입었는데 부자를 동시에 구속시키는 것은 가혹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철수 후폭풍
개성공단 사태로 입주 1호기업인 신원을 비롯해 형지가 인수한 교복브랜드 에리트베이직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개성공단에는 의류 부자재 기업들이 상당수 입점해 중소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패션업계가 입은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교복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는 대표브랜드인 에리트는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교복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입학식전까지 교복을 공급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고 교복 공급은 3월말께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에리트는 교복브랜드 중 개성공단 생산 의존도가 가장 높아 가동중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에리트는 하복 공급시기까지 공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을 감안해 국내에서 제품을 수급해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리트 관계자는 "3월 중에는 계약물량 전량 공급이 마무리 될 것"이라며 "하복은 동복에 비해 품목수가 적고 착용시기까지 여유가 있어 공급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정체된 아웃도어 신사업 눈돌려
2010년부터 매년 30%씩 급성장했던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2013년 이후 성장세 둔화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7조4000억원으로 성장률은 10% 수준에 그쳤다. 아웃도어 기업들은 에슬레저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축소된 시장을 만회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최근 라이프 스타일 라인인 시티웨어 신규 브랜드 'K+(케이 플러스)'를 론칭했고 세정의 센터폴도 도심형 아웃도어로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최근 재론칭한 프랑스 아웃도어브랜드 에이글은 아예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무너뜨리겠다고 나섰다. 이밖에도 아웃도어 업계는 러닝화, 학생용 가방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시장 축소를 막으려는 시도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