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제외 주담대 증가폭 '둔화'…부동산 규제완화 전 수준
은행 외면 대출수요 '제2금융'에 몰려…주택시장 경착륙 우려도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직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대폭 둔화됐지만 제2금융권 대출수요는 증가한 것. 주택시장도 정부의 과도한 대출 규제가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며 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저축은행,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신탁·우체국예금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 누적액은(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제외)은 100조2619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6월 50조9997억원으로 50조원을 넘은 이후 7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1월 증가액은 7831억원으로 지난해 12월(1조4981억원)보다 적지만 작년 월평균 증가액인 3713억원보다는 2배를 넘는다. 또 작년 1월 주담대 누적액은 1148억원 줄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매년 1월이 주택거래 비수기인 점에서 증가 규모가 크다는 분석이다.
◆제2금융권 주담대 증가세…위험수준?
제2금융권의 대출은 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아 이용자들의 상환부담이 높다.
실제 1월 기준 주담대 금리는 1금융권과 상호저축은행이 각각 연 3.1%, 연 6.55%로 2배 이상 차이난다.
주로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가 제2금융권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득 감소에 의한 부실위험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특히 대출심사 강화가 지속되면 제2금융권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부터 적용될 것"이라며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작년보다 둔화하겠지만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에서의 대출 증가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2금융권 대출 이용자를 모두 저신용자로 판단할 수 없다"며 "제2금융권의 주담대 증가분은 집단대출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 이미 시작…주택시장 울상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협회 회원사의 집단대출 거부 및 또는 조건부 대출 승인 규모는 약 5조2200억원(3만3970가구) 규모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출 규제정책이 나온 직후 2조1000억원(1만3000가구)에서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조건부 대출 승인은 일정 분양률 이상을 충족한 사업장이나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조건을 따를 때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건전한 대출 양상을 띠는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오는 5월부터는 지방까지 확대 적용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2365건으로 지난해 1월(7만9320건)보다 21.4% 감소했다. 또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0월(3만2221가구)을 기점으로 지난달(6만5000가구)까지 두 배 가량 급증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자율적 판단으로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는 것까지 막을 도리는 없다"며 "다만 부실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질 자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서민들을 제2금융권으로 내몰거나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해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