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가 판매 1주일 만에 65만명을 돌파했다. 앞서 100만명 이상이 은행과 증권사에서 ISA에 사전예약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고객 쟁탈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ISA는 당초 정부가 '국민 자산 증식'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해 탄생했다. 금융투자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세제혜택도 크게 늘려 '만능통장'으로도 불린다. 초저금리 시대에 잘만 활용하면 뭉칫돈 만들기에 이보다 좋은 상품도 없다.
하지만 금융사간 점유율 싸움에 ISA의 본래 취지는 퇴색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직원에 인센티브 제공을 미끼로 ISA 계좌 개설 할당량을 적게는 10좌에서 많게는 200좌까지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금융사 직원들은 가족과 지인을 총동원하고 ISA에 관심도 없는 고객에 부탁하면서까지 점유율 늘리기에 열중이다.
한 시중은행에서 ISA 계좌를 개설한 A씨는 "몇 주 전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하며 알게 된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ISA에 가입해달라고 하더라. 대출을 받을 때 절실했던 심정이 떠올라 거절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1만원으로 ISA에 가입한 A씨는 "계속 운용할 생각은 없다. 그것 말고도 돈 들어갈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불완전판매 정황도 속속 포착된다.
지인이 금융사에 종사하는 B씨는 "(ISA 가입에 필요한)모든 준비는 됐으니 필요한 서류만 보내 달라고 했다"며 "사정이 급한 것 같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ISA에 가입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최소 40분에서 1시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첫째 날과 둘째 날에 각각 1등을 차지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중은행은 내부적으로 자체 감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자신의 소득 수준을 잘 따져보고 나서 가입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정령 '내 자산 불리기'가 목적이라면 과당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