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주요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1·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외국인의 매수세에 흔들림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현재도 대만, 인도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인 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해외 업체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주가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국내 증시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 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증시, 아직도 싸다"
22일 증권업계와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MSCI 기준으로 1년 후 추정 이익을 감안한 한국 증시의 PER는 10.6배로 집계됐다.
과거(2000년 이후) 평균 9.1배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IT버블 붕괴(17.6배)와 서브프라임(13.4배) 시기 보다도 싸다.
국내 증시의 PER는 일본(12.6배), 영국(15.6배)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인도(16.7배), 중국(10.3배), 대만(12.8배), 브라질(12.0배) 등 주요 이머징(신흥)시장보다도 낮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약 33.75%, 신흥시장국 평균에 비해선 10.92% 가량 할인돼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적은 것은 주가순자산배율(PBR) 전망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MSCI 기준으로 한국의 향후 1년간 PBR은 0.92배로 주요 러시아(0.51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보다 낮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 20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의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될 전망이다. MSCI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자회사 MSCI가 발표하는 글로벌주가지수로 각국 투자기관이 국가별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시장접근성 미흡 등의 이유로 MSCI 상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MSCI는 매년 6월 선진국, 이미징 지수 편입 여부를 발표한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액티브 펀드의 선택이 중요한 가운데 한국 증시 재평가 기대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매매 패턴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적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0조630억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해 1·4분기 영업이익(28조1723억원)보다 6.71% 증가한 것이다. 매출액과 순이익 추정치도 전년 대비 각각 8.29%, 6.43%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수급이 관건
한국 증시가 제대로된 대접을 받으려면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비거주자의 신흥국 자금 유입규모는 5280억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2930억달러보다 두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순자금흐름(비거주자 자금유입-거주자 자금유출-준비자산 증가분)은 -3480억달러가 예상된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순자금유출을 기록한 지난해(-5310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순유출이 예상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한국증시로 외국인의 발길을 붙들어 놓기 위해선 ▲시장규모 확대(기업공개, 외국기업 유치) ▲주주가치 제고(지배구조 개선, 배당확대) ▲제도 선진화 ▲외국인 투자자 확충(글로벌 투자자 유도) 등이 필요하고 지적한다. 또 외국인의 과도한 영향력을 방지하기 위해선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토종 자본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영증권 정동휴 연구원은 "외국인 추가 매수와 이익 컨센서스 상향(1.7%) 등을 고려할 때 코스피가 209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