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병. 림 : 작가,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K-MOVE 중동 해외취업 멘토, :「아랍항공사 승무원 되기」,「서른 살 승무원」,「매혹의 카타르」저자
[아랍승무원의 아랍살이] - 9화 여성태생은 한계 아닌 영광
카타르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햇수로 10년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빠뜨리지 않는 의외의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여성이기 때문에 억압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까지 카타르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냐고 묻는다. 사실 아랍항공사 승무원을 꿈꾸는 딸을 둔 많은 부모님과 입사를 앞둔 합격자 당사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늘 웃음부터 새어나온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답을 하자면 2007년 카타르 경제에 일조하기 시작하면서 여자라고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험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여성의 섬세한 능력이 요구되는 서비스 산업이기에 연봉, 승진, 근무 평가시 남성보다 우선권을 갖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우아하게 매듭짓는 기술도 남성보다 한 수 위니 실력 차도 크다. 나보다 덩치 큰 남성에게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일이 이젠 너무나 익숙하다. 다소 보수적인 한국의 직장에서 알게 모르게 당했던 여자의 설움은 여성성을 실력으로 받아들이는 카타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가뿐하게 날려버렸다.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고 전하는 성경말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슬람 전통 내에서 여성의 지위는 결코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사는 카타르는 이슬람의 전통은 지키되 여성의 교육확대와 개방으로 여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국왕의 모친인 '세캬 모자'가 직접 나서기로 유명하다. 젊은 세대로 진화할수록 일부다처제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거세진다. 군부대는 물론이고 교육부장관, 보건총장, 카타르 유일의 국립대인 카타르대학교의 총장 자리에도 여풍이 거세게 몰아친 지 오래다. 여성인권의 눈부신 신장은 카타르 내의 기관 산업에 골고루 영향을 미쳐 여성의 권리와 능력이 최대한 보장받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카타르항공 역시 승무원을 비롯한 각 부처의 직원들을 분야별 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와 교육을 아끼지 않는다.
카타르의 목표는 이미 세계의 중심에 들어서 있고, 대대손손 오늘의 성과를 이어나가려면 성별이나 인종, 국적이 아닌 개인역량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것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여성'이라는 태생은 한계가 아니라 영광privilege이란 진리를 실천으로 옮긴 나라에서 전세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경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느라 바쁘기만 한 세월이었다. 이런 신세계에서 억압이나 차별을 가늠할 시간이 과연 몇 초나 되었을까.